[강희복씨 구속]'경영자 업무방해죄 적용'이례적 판단

  • 입력 1999년 12월 12일 23시 06분


법원이 11일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과 관련해 강희복(姜熙復)전조폐공사 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공격적인 직장폐쇄도 업무방해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려 주목된다.

이같은 판단은 사용자들이 근로자의 쟁의에 맞서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활용해온 직장폐쇄의 위법성을 사실상 처음 인정한 것으로 노사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번 판단에 대해 경영자의 입지를 지나치게 위축시켜 건전한 노사관계를 해치고 불법쟁의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이에 대해 특검팀은 “직장폐쇄가 일반적으로 불법이라는 취지는 절대 아니다”며 “불필요한 우려”라고 말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강전사장은 정부가 공기업 노조의 파업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사정을 알고 직장폐쇄 등 노조에 대한 강도높은 대응으로 노조를 제압해 정부에 잘보이고 이를 계기로 출세하려는 개인적인 목적이 있었다”며 “극히 예외적이고 특별한 강전사장의 케이스가 경영자 전반에게 적용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강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지법 영장전담 김동국(金東國)판사도 이같은 우려를 염두에 둔듯 “법원의 판단이 노사 양측에 의해 확대해석되는 것을 경계한다”고 말했다.

이번 판단은 쉽게 말해 노조가 ‘시간외 근무 거부’ 등으로 준법투쟁을 하면서 회사업무를 방해하는 것이 범죄가 되듯이 사용자도 노조가 받아들일 수 없는 비현실적인 안을 제시하면서 공격적으로 직장폐쇄를 하면 법을 위반하는 것이 된다는 논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김판사는 이날 “조폐공사 노조가 지난해 9월1일부터 시한부파업을 벌이다 3일 이를 철회했는데도 당시 강사장이 20여일 이상 직장폐쇄를 계속해 노조가 정상업무로 복귀하는 것을 차단했고 노조가 절대로 받아들이지 못할 구조조정안을 공격적으로 제시해 다시 파업에 이르도록 했으므로 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직장폐쇄의 위법성을 인정한 판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이같은 판례는 근로자의 임금청구 등 민사사건에서 ‘상당한 이유가 없는’ 직장폐쇄를 했을 경우 그 기간중에도 임금지급을 해야한다는 근거로 하급심에서 간접적으로 인정한 데 불과하다. 직장폐쇄 자체를 위법한 것으로 보고 그것을 이유로 사용자를 구속한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김판사의 판단은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밝힌 ‘견해’로 재판에서의 최종 판단은 아니다. 또 경영자 단체들과 강전사장 등의 변호인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본안재판에서 그대로 인정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법학계와 법조실무계에서는 근로자의 준법투쟁을 업무방해로 본다면 사용자의 공격적인 직장폐쇄도 업무방해로 보는 것이 법적용의 형평에 맞는다며 김판사와 특별검사에 동조하는 견해도 만만치 않아 이번 판단은 본안재판에서도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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