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동팀 내사보고서 3차례 작성"…前경찰간부 증언

  • 입력 1999년 12월 3일 23시 18분


‘사직동팀(경찰청조사과)은 과연 최초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았을까.’

옷로비의혹 사건에서 줄곧 쟁점이 되어온 ‘사직동팀 최초보고서’작성 여부를 시사해줄 수 있는 결정적인 증언이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청와대 사직동팀 내부를 잘 아는 전직 경찰간부 A씨가 “사직동팀은 내사에 들어가서 마칠 때까지 3차례 보고서를 작성해왔다”고 밝힌 것.

이 증언에 따르면 옷 로비 의혹사건 특별검사와 검찰조사 과정에서 박주선(朴柱宣)전대통령법무비서관 최광식(崔光植)경찰청조사과장이 “최종보고서 외에 배정숙씨측이 폭로한 이른바 사직동 문건을 만든 일이 없고 보고받은 일도 없다”고 한 진술이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A씨는 “사직동팀은 내사를 하는 과정에서 보고서를 3차례 작성한다”면서 “이것은 사직동팀내의 불문율로 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사직동팀은 본격적인 내사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내사 착수보고서’를 작성한다. 이 착수보고서를 작성한 뒤 사직동팀장이 법무비서관에게 보고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는 것.

이때 법무비서관은 사직동팀장에게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둬 내사하라고 방향을 지시하며 이에 따라 사직동팀장이 팀별로 임무를 할당해 대상자들을 조사하게 된다.

그는 배정숙(裵貞淑)씨측의 폭로와 최근 자신이 만난 조사과 직원의 말을 근거로 “옷 로비 의혹사건 내사에는 2개 혹은 3개팀(1개 팀에 3, 4명)이 동원된 것 같다”고 전했다.

사직동팀 요원들이 내사에 착수해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중간보고서’를 만들면 사직동팀장이 다시 법무비서관에게 보고하고 법무비서관이 이를 검토해 다시 보완지시를 한다는 것.

따라서 배씨측이 공개한 사직동 문건은 ‘최초보고서’에 해당하는 내사 착수보고서가 아니라 중간보고서일 가능성이 높다고 A씨는 전했다.

언론에서 최초보고서로 추정된다고 보도한 사직동 문건은 ‘조사과첩보’(99.1.14)라는 글씨아래 △앙드레김 의상실 관련 △라스포 의상실 관련부분 등을 담은 문건과 ‘檢察總長 婦人關聯 流言蜚語’(검찰총장 부인관련 유언비어·99.1.18),‘流言蜚語 調査狀況’(유언비어 조사상황·99.1.19) 등 3건의 문건으로 이뤄져 있다.

배씨측과 이형자(李馨子)씨측이 사직동팀 조사가 1월7일경부터 시작됐다고 진술한 반면 양인석(梁仁錫)특별검사보가 “내사착수 시점은 1월15일”이라고 말해 혼선을 빚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사직동팀은 중간보고서를 보완해 ‘최종보고서’를 만들어 사직동팀장이 법무비서관에게 보고하고 법무비서관은 비서실장을 거쳐 대통령에게 직보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는 것.

A씨는 “최광식과장이 최종보고서 외에는 보고서를 만든 일이 없다고 말하는데 한마디로 새빨간 거짓말이다. 사직동팀이 나서는 것은 ‘코드2(영부인)’ 관련사항이기 때문이고 그렇지 않았다면 사직동팀이 나설 일도 없고 바로 검찰이나 경찰청 특수수사대에 지시해 ‘청빙사(청와대 빙자 사기사건)’로 처리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영훈기자〉c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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