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보고서유출 수사초점]최초보고서 출처 '태풍의 눈'

  • 입력 1999년 11월 28일 19시 56분


‘사직동팀 최종보고서’ 유출 사건수사에 나선 검찰은 고심 끝에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사직동팀의 최종보고서가 본보에 의해 공개된 직후만 해도 이번 수사가 문건 유출을 둘러싼 모든 의혹을 규명하는 ‘저인망’식으로 확대될 것으로 점쳐졌으나 현재 검찰의 분위기를 보면 그럴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문건유출과 직접 관련이 있는 사항에 대해서만 수사하더라도 쉽지 않다”며 수사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수사강도는 전례없이 강하다. 검찰은 이 사건을 대검중수부에 배당하되 주임검사는 중수부 검사가 아닌 대검 감찰부 박만(朴滿)감찰1과장에게 맡겼다.

이는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검찰 수사가 부적절하다고 성명을 발표한데다 올해 5월 옷 로비 의혹사건 수사 때처럼 ‘공정성’시비에 또 휘말릴 것을 우려한 조치로 보인다.

중수부 1,2,3 과장은 당시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김전장관과 각별한 사이거나 김전장관이 임명한 사람이기 때문에 이들을 수사에서 배제함으로써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검찰이 이번 수사를 통해 규명하겠다고 밝힌 부분은 크게 두 가지.

먼저 검찰의 일차적인 수사 대상은 사직동팀 최종보고서 유출 경위로 이 부분에 대한 수사는 간단하게 끝날 것으로 보인다.

박주선전비서관이 26일 사직서를 제출하며 “김전장관의 요청으로 최종 보고서를 건네줬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김전장관이 문제의 보고서를 전달받아 ‘피의자’측인 박시언(朴時彦)전신동아그룹 부회장에게 유출한 경위를 조사하면 된다. 이를 위해 박씨도 즉각 소환될 전망이다.

조사과정에서 박씨가 문제의 보고서를 몰래 복사해간 것이 아니라 김전장관의 묵인하에 유출되었을 경우 사건은 말그대로 ‘국정농단’성격의 사건으로 비화될 소지가 크다.

과연 검찰이 김전장관의 부인 연정희(延貞姬)씨를 통해 배정숙(裵貞淑)씨측에 넘어간 ‘최초보고서’의 출처를 밝혀낼지의 여부가 이번 수사의 최대 관심사다.

이 문건도 박전비서관이 ‘제3의 인물’ 등을 통해 유출했다고 밝혀질 경우 사직동팀이 내사 이전에 조사 내용을 알려주고 의상실 장부조작과 ‘진술 짜맞추기’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드러나기 때문.

검찰주변에선 이 문건도 출처가 규명될 경우 일파만파가 예상된다며 이번 수사의 ‘핵폭탄’에 해당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또 문건유출 경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에게 허위로 보고한 사실 등이 드러나고 옷로비의혹의 새로운 배후가 드러날 경우 의외로 수사범위가 확대될 수도 있어 주목된다.

〈정위용기자〉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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