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처원씨 10억 사용처]“이근안씨에 자금제공 가능성”

  • 입력 1999년 11월 24일 19시 07분


박처원(朴處源·72)전 치안감은 경찰간부를 통해 받은 전낙원(田樂園)씨의 돈 10억원을 어디에 얼마나 썼을까.

박씨는 검찰에서 “잔고 6억7000만원을 뺀 3억여원을 생활비와 개인 연구소 운영비로 썼으며 이근안(李根安)전 경감에게는 도피자금을 한 푼도 주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검찰의 계좌추적 결과 박씨의 이같은 주장은 거짓임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우선 박씨가 사용한 돈은 10억원 이상일 것으로 확인됐다.

본보가 단독입수한 ‘박처원 10억원의 계좌 내용’에 따르면 박씨는 89년12월 서울은행 여의도 중부지점 개발신탁계좌에 10억원을 분산 예치했다가 3년 만기 후 이자 3억원과 함께 총 13억원을 출금했다.

박씨는 13억원 중 3억5000만원을 정권교체기인 92년말부터 93년9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썼고 95년부터 최근까지는 1,2년 간격으로 5000만∼1억원씩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95년 이후 연 1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이자를 포함하면 사용액은 10억원을 훌쩍 넘는다.

임양운(林梁云)서울지검 3차장검사는 24일 “박씨가 ‘기억이 없다’며 돈의 사용처에 대해 함구하고 있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검찰의 수사는 박씨의 ‘말못할 사정’을 밝혀내는데 집중되고 있다.

검찰은 특히 △정권교체기에 3억5000만원을 쓴 점 △1,2년 간격으로 1억원 이상의 거액을 쓴 점 등에 주목하고 10억원의 원래 목적을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박씨가 운영했던 ‘현대비교문화연구소’의 실무자들을 소환해 이 연구소가 경찰조직과 관련돼 있는지도 조사중이다.

검찰은 또 박씨가 이씨에게 주기적으로 도피자금을 제공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부형권·김승련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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