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 특검]'옷로비'4人 고비때마다 합종연횡

  • 입력 1999년 11월 23일 19시 57분


옷 로비 의혹사건의 진행과정을 전쟁에 비유한다면 ‘사직동팀 내사(1월)→언론 폭로(5월말)→검찰 수사(6월초)→청문회(8월)→특별검사(10월중순∼)’는 고비마다 벌어진 전투인 셈.

이 사건의 주역격인 4명의 여인은 격전의 때와 장소에 따라 예측불허의 합종연횡(合縱連衡)을 거듭해왔다. 말 한 마디 때문에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바뀌는 웃지못할 상황이 빚어졌다.

특검 관계자는 “사건 초기부터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100%의 진실을 얘기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사직동팀 내사후 배정숙-연정희 등돌려▼

연정희(延貞姬) 배정숙(裵貞淑) 정일순(鄭日順) 이은혜(李恩惠)씨가 공동의 적으로 삼고 있는 것은 이형자(李馨子)씨.

이들은 이 사건이 ‘재벌과 권력간의 로비의혹’ 또는 ‘고위공직자 부인들의 옷쇼핑’이라는 오명(汚名)으로 불거져 나오면서 사회적 비난을 받았다. 이들은 다같이 ‘이형자씨가 로비에 실패하자 분풀이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4인조의 ‘공동전선’도 시간이 갈수록 깨져 나갔다.

먼저 사직동팀 조사 후 연씨와 배씨는 등을 돌렸다. 연씨는 1월21일 배씨가 입원한 병원으로 찾아가 “형님(배씨) 때문에 나만 곤란해졌다”는 불만을 터뜨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배씨가 이형자씨와 어울린 것이 문제의 발단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언론폭로후 검찰수사 裵씨 고립…반격 준비▼

5월말 언론에 이 사건이 알려지고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후로는 배씨가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설움을 겪었다. 이형자씨의 명예훼손 혐의는 연씨의 고소 취하로 ‘없던 일’이 됐지만 배씨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면서 이들 사이는 더 꼬이게 됐다. 이은혜씨는 최근 “검찰수사 전까지는 연씨가 불쌍하다고 생각했는데 수사발표 후에는 배씨가 억울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배씨는 이때부터 관련자료를 준비하고 전화통화를 녹음하는 등 일대 반격을 위한 독자노선을 걷는다.

▼청문회 넘어가자 이은혜씨 延씨에 일격▼

사건이 국회 청문회로 넘어가자 가장 애를 태운 사람은 핵심당사자가 아니면서 유일하게 남편이 현직에 있는 이은혜씨.

그는 “청문회 전 배씨와 연씨의 화해를 자신이 종용한 이유는 의혹이 규명되지 않으면 남편의 정치생명에 나쁜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화해의 연합전선은 형성되지 못했다. 배씨가 “검찰 발표는 틀렸다. 연씨는 12월19일에도 라스포사에 갔다”며 연씨에 대한 선전포고를 한 것.

▼특별검사 앞에서 정일순씨 延씨에 포화▼

청문회에서 위증을 불사하며 일편단심으로 연씨 편에만 섰던 정일순씨는 특별검사 앞에선 연씨를 겨냥했다. 정씨가 구속될 위기에 처하자 정씨의 남편은 “연씨가 ‘문제의 코트’를 외상으로 구입했으며 우리는 배달날짜를 조작했다”고 폭로했다. 왜 나만 당해야 하느냐는 반발인 셈.

특검의 조사결과가 나오면 거짓말 게임의 실체가 좀더 분명해지겠지만 형님 동생하는 옛날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며 이 과정에서 폭탄선언과 같은 사실이 불거져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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