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생 토익 열풍…14일 올 마지막시험 10대 몰려

  • 입력 1999년 11월 14일 19시 57분


올해 마지막 토익(TOEIC)시험이 치러진 14일 오전 서울 성동구 왕십리동 한양대 부속여자중학교의 한 시험장.

유달리 앳된 얼굴들이 눈에 띄었다. 바로 중고교생 응시자였다. 대학생과 일반 직장인들에게 불어닥친 토플(TOEFL) 토익 공부 열풍은 이제 옛날 얘기.

중고교생들 사이에서도 토익 토플공부 붐이 일고 있다. 30명의 수험생이 들어가는 시험장마다 중고교생이 3,4명에 이르고 어떤 곳은 10명을 넘는 경우도 있다.

국제교류진흥회 토익위원회에 따르면 중고교생 토익 응시자가 올해 9월까지 모두 1만1938명으로 지난해 2775명의 4배를 넘어섰다.

14일 하루 전국 87개 중고교에서 동시에 치러진 토익시험에는 일반인과 중고교생을 합쳐 6만6000명이 응시했다.

특히 강남지역에서는 보습학원들과 어학원들 사이에서 중고교생을 위한 토플 토익강좌까지 잇달아 개설되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E어학원에서 얼마전 모집한 겨울방학 기간 중고교생 토익 토플반에는 100여명의 지원자가 쇄도했다. 강남구 대치동 J영어학원의 경우 토익 토플반은 이미 20여개를 넘어섰다. 이 학원측은 “올 여름방학에 처음 강좌를 개설할 때만 해도 중학교 3년과 고교1년 1개반씩이 전부였지만 지금은 중학교 1년부터 고교 1년까지 학년당 5, 6개반이 개설됐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이웃해 있는 K학원 J학원 등에서는 듣기교육 강화와 특별전형 대비를 내세우며 한달에 15만∼25만원씩 하는 토익 토플 특별반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열풍을 타고 이익훈어학원 파고다외국어학원 시사영어사 등 대형어학원도 최근 앞다퉈 강남지역에서 고교 토익 토플반을 새로 개설했다.

개포고 1학년 김모군(16)은 “한 반에 서너명씩은 토익이나 토플 교재를 보고 있다”면서 “지난해 경희대 한의대에 토익성적 우수자가 합격한 뒤 아예 다른 과목은 포기하고 토익공부에만 매달리겠다는 친구도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열풍의 원인은 무엇보다도 토플과 토익시험 성적을 기준으로 대입 특별전형을 실시하는 대학이 늘고 있기 때문. 2000학년도의 경우 토익 토플을 통한 특별전형을 채택한 곳이 한국외국어대 경희대 동국대 등 14개 대학에 달한다. 대원외국어고 등 일부 특수목적고에서 올해부터 토플성적을 신입생 전형에 반영한 점도 이런 현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여기에다 토익이 실생활에서 쓰이는 영어를 주로 다룬다는 점과 장차 사회생활에서 ‘토익은 기본’이라는 인식이 중고교생 사이에 확산된 것도 한 이유.

그런가 하면 외국생활을 경험한 학생들이 비교적 많이 몰려 있는 압구정동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토플이나 토익 등의 전문 고액과외가 등장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경기고 영어교사인 조승연씨(34)는 “수능시험의 변별력이 떨어지다 보니 고교교육 정상화라는 교육부의 당초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기초실력도 없이 대학수준의 영어공부에 뛰어들면 오히려 학업성취욕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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