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문건 수사]이도준씨 “내가 입열면 정치권 뒤집힌다”

  • 입력 1999년 11월 2일 22시 49분


언론대책문건 고소사건 수사과정에서 1일 구속된 평화방송 이도준(李到俊)기자가 “내가 입을 열면 여야 정치권이 뒤집힐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2일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기자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 정형근(鄭亨根)의원 등과는 물론이고 국정원장을 지낸 국민회의 이종찬 부총재와도 두터운 친분을 갖고 있는 등 여러가지 정황으로 볼 때 여야 양측의 깊숙한 고급정보를 갖고 이런 말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기자가 어떤 근거로 이런 메가톤급 폭로 가능성을 흘리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이기자가 이부총재의 사무실 등에서 빼낸 문건을 모처에 숨겨 놓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기자의 집을 압수수색했으나 기밀문건 등을 발견하지 못했다.

검찰의 다른 고위관계자는 “이기자가 구체적인 문건 등을 예로 들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은 아니어서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자신의 정보 능력 등을 과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지검 형사3부(권재진·權在珍부장검사)는 2일 중앙일보 문일현(文日鉉)기자가 이종찬국민회의 부총재에게 언론대책 문건을 팩스로 보낸 6월24일 이전에도 수차례 문건을 보냈으며 이부총재의 비서진이 이를 이부총재에게 보고한 사실을 밝혀냈다.

따라서 검찰은 이부총재가 언론대책문건 7쪽과 함께 전송된 문기자의 사신(私信) 3쪽 등 10쪽의 문건도 보고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 사신을 찾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에 대해 이부총재는 이날 오후 국민회의 대변인실을 통해 “문기자로부터 몇차례 사신을 받았으며, 문건 형식으로 된 것은 ‘재외동포 법적 지위 등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면 중국과의 관계가 어려워진다’는 것 하나뿐이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부총재와 정형근한나라당 의원에게 3일 오전 10시까지 검찰에 출두토록 이날 통보했다. 검찰은 중국에 체류중인 문기자에 대해서도 수시로 전화접촉을 갖고 검찰에 출두해 줄 것을 종용하고 있다.

검찰은 사신도 언론대책문건과 함께 없어졌다고 진술한 이부총재의 비서진인 최상주(崔相宙) 신원철(申元澈)씨를 이날 재소환, 이기자와 대질신문을 벌였다.

〈최영훈기자〉c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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