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안 자택은신방법]창고방 쌓인 박스뒤 빈틈에 숨어

  • 입력 1999년 10월 29일 19시 47분


11년에 걸친 도피수법 치고는 너무나 단순해 혀를 차게 했다.

검찰이 29일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129―134호 이근안(李根安)전경감의 집에서 현장조사를 마친 뒤 밝힌 이경감의 은신수법은 아이들의 ‘술래잡기’놀이를 연상케 했다.

이씨의 은신처였던 자택은 건평 27평의 단층양옥 주택으로 부인 신모씨가 운영하는 영미용실의 길 건너편 500여m 거리에 있었다.

이씨는 평소에 안방에서 지내다가 경찰관이 찾아오면 안방과 연결된 문을 통해 종이박스가 가득 쌓인 창고방에 숨었다. 약 2.5평의 창고방 내부는 2m가량 높이의 수납장 두개가 직각으로 배치돼 있었고 이씨는 그 사이 틈새에 쪼그려앉은 뒤 천장높이까지 쌓은 20여개의 빈 종이박스로 앞을 가로막았다는 것.

이것이 사실이라면 경찰은 불과 1m안팎에 숨은 이씨를 두고도 찾지 못해 수많은 세월을 헤맸던 셈이다.

또 경찰이 창고방으로 바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현관문쪽으로 뚫린 창고방 문앞에는 2m짜리 수납장을 세워 출입을 봉쇄했다. 이씨의 가족들은 비디오폰을 설치해 경찰의 방문여부를 집안에서 즉시 확인했고 이씨에게 은신할 시간을 벌어줄 수 있었다. 마당을 지키고 있던 커다란 개 한마리도 출입자들의 감시용으로 쓰였다.

이씨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창고방에서 건물밖으로 연결되는 다용도실과 화장실 가건물을 겹겹이 두채나 지었다. 경찰에 은신처가 발각될 경우 밖으로 달아나기 위한 통로였지만 한번도 쓰이지 않았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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