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4일 공군전투기 추락원인은 물섞인 기름 주입탓"

  • 입력 1999년 10월 25일 18시 49분


지난달 14일 경북 문경시에서 발생한 공군 제공호(F-5F) 전투기 추락사고는 연료에 섞여있던 물 때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공군 사고조사위원회는 25일 사고기가 예천시 16전투비행단 비행장에서 이륙한 지 9분만에 연료탱크에 들어있던 물이 엔진에 공급돼 엔진이 멈추면서 추락했다고 발표했다.

기름은 물 위에 뜨기 때문에 사고기는 이륙하기 전에 지상에서 엔진을 테스트할 때 정상적으로 연료공급이 이뤄져 별다른 이상이 없었으나 비행중 연료가 소모되자 연료탱크 아래에 있던 물이 엔진에 공급됐다고 사고조사위는 설명했다.

사고조사위는 사고기에 물이 섞인 연료가 주입된 과정을 조사한 결과 16전투비행단 지하에 매설된 유류저장탱크의 밑바닥에 물이 약 5㎝ 깊이로 고여 있는 것을 확인했다.

조사위는 유류저장탱크 밑바닥에 생긴 폭 2㎜ 길이 5㎝ 가량의 균열 2곳을 통해 지하수가 탱크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유류저장탱크는 밑에서부터 연료를 빼내도록 설계돼 있다.

조사위는 “유류저장탱크마다 설치된 급유대에 물 등 이물질을 거르는 여과기가 설치돼 있으나 16전투비행단의 5개 유류저장탱크 가운데 사고기가 유류를 공급받은 탱크의 급유대 여과기가 고장나 있었다”고 밝혔다.

사고기 이외의 전투기에도 물이 섞인 연료가 공급됐을 가능성과 관련,조사위는 “5개의 유류저장탱크 가운데 5만배럴(795만ℓ) 짜리 탱크에 들어 있던 유류를 다른 1만배럴(159만ℓ) 짜리 탱크 4개로 옮겼으며 이 과정에서 5만배럴 탱크에 들어있던 물 등 이물질이 사고기가 주유받은 탱크로 옮겨졌다”고 밝혔다.

사고 전투기와 같은 날 오염된 연료를 공급받은 7대의 전투기는 이륙이 중단돼 다행히 사고를 면했다.

공군 관계자는 “사고 당일 급유받은 7대의 전투기와 유조차에 남아 있던 연료를 채취해 SK 대덕연구소에 의뢰,조사한 결과 불이 붙지 않을 정도로 수분 함량이 높았다”고 말했다.

16전투비행단은 5년마다 유류저장탱크를 점검하도록 한 규정에 따라 8월 탱크를 점검했으나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공군은 주유과정 등과 관련,보급대대장 장모소령 등 4명을 구속해 수사중이며 16전투비행단장 김모준장 등 2명을 보직 해임했다.

당시 사고로 사고기 부조종사 박정수대위(27)는 숨지고 조종사 김영광대위(32)가 낙하산으로 비상탈출하다 중상을 입었으며 50억원 상당의 사고기는 야산에 추락해 전파됐다.

한편 공군은 사고 이틀 후 원인을 밝혀내고 관련자를 모두 문책한 뒤에도 국방부장관에게 보고하지 않아 사고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공군 관계자는 “사고 관련자에 대한 문책이 모두 끝난 뒤 장관에게 보고하려 했을 뿐 은폐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준우기자> ha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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