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 옥중결재중단 이후…

  • 입력 1999년 8월 31일 19시 43분


자치단체장이 구속기소되거나 병원에 장기간 입원할 경우 부단체장이 모든 권한을 대행토록 한 개정 지방자치법이 31일 발효됐다.

이에 따라 알선수재 뇌물수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각각 구속 기소된 임창열(林昌烈)경기지사와 김일수(金日秀)경기 화성군수, 김창현(金昌鉉)울산 동구청장은 앞으로 ‘옥중결재’를 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경기도 등 3개 자치단체는 단체장의 ‘서류결재’를 받지는 않지만 면회를 통해 단체장과 충분히 협의한 뒤 주요 현안을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실질적인 단체장 결재’가 계속될 것이란 얘기다.

▼경기도

그동안 김덕배(金德培)정무부지사와 실국장들이 거의 매일 번갈아 가며 인천구치소로 임지사를 면회, 외자유치사업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지침과 결재를 받아 권호장(權皓章)행정부지사에게 전달해왔다.

권부지사는 부지사전결업무만 처리하고 축령산리조트 등 외자유치사업 수도권광역행정업무 도지사공약사업 인사업무 등 주요 현안은 일일이 임지사에게 보고하고 결재를 받아 처리해온 것.

개정 지방자치법에 따라 권부지사가 ‘도지사 권한대행’을 맡아 도청간부가 결재서류를 싸들고 매일 구치소를 방문하는 번거로움은 덜게 됐으나 권부지사는 “업무방향의 틀이 정해진 기계적인 행정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지사와 충분히 협의해 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무원 신분인 부지사가 정치적 판단을 필요로 하는 사안까지 지사의 권한을 대행하기는 어렵다는 것.

▼화성군

건설업자로부터 1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김일수화성군수는 7월 초 씨랜드 화재사고로 경찰수사를 받으면서 그때부터 사실상 이미 ‘유고’ 상태였다.

이에 따라 최홍철(崔弘喆)부군수가 법정직무대리 역할을 맡아 김군수와의 협의를 통해 모든 업무를 처리해왔다. 김군수가 구속된 뒤에는 매주 두차례 김군수를 면회해 옥중결재를 받았다.

최부군수는 “그동안 중요한 현안이 없어 군정에는 지장이 없었다”며 “씨랜드화재에 따른 유족보상문제 등 굵직한 사안은 앞으로도 김군수와의 협의를 거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 동구청

김창현구청장이 취임 20여일 뒤인 지난해 7월23일 ‘영남위원회사건’에 연루돼 구속 기소된 뒤 대부분의 업무를 박맹우(朴孟雨)부구청장이 대신 처리해 왔다. 동구청이 지금까지 김구청장에게 옥중결재를 받은 업무는 ‘울산광역시 동구 구기(區旗)등에 관한 조례’ 등 모두 99건. 주로 담당 국장과 과장이 특별면회를 해 업무 브리핑을 한 뒤 결재를 받았다.

박부구청장이 ‘구청장 직무대리’에서 ‘권한대행’으로 역할이 바뀌어 앞으로 모든 결재가 가능하지만 앞으로도 1주일에 두차례 김구청장을 면회해 업무 브리핑을 할 예정이다.

김구청장은 3일 대법원 확정판결을 앞두고 있어 유죄가 확정되면 구청장직을 상실하게 된다.

〈수원·울산〓박종희·정재락기자〉parkhek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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