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 정부종합청사, 부채로 더위 쫓는다

  • 입력 1999년 8월 18일 19시 41분


찜통더위가 계속되고 있는 요즘 대한민국 행정 중추기관인 서울 정부세종로청사 사무실의 오후3시경 표정은 어떨까.

15평 안팎의 사무실 내에 10여명의 직원이 앉아 구슬땀을 흘리며 부채질에 여념이 없다. 공무원들의 얼굴은 더위에 지쳐 벌겋게 상기돼있고 책상 옆에는 어김없이 개인용도로 사용이 금지된 선풍기가 돌고 있다. 중앙냉방 중이지만 이에 아랑곳없이 창문은 활짝 열려있다. 있으나 마나한 냉풍보다는 차라리 바깥 바람이 낫기 때문이다.

정부세종로청사의 실내온도는 지난해 7월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의 지시에 따라 26∼28도를 유지하도록 돼있다. 하지만 비좁은 사무실 공간에 직원들이 뿜어내는 체열로 체감온도는 30도를 넘는다. 과천청사도 사정은 마찬가지. 과천청사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YS 정권 시절 전화 한통으로 일요일에 청사 냉방기를 가동시킨 당시 실세 L씨의 얘기가 ‘전설’처럼 전해 내려올 정도다.

정부세종로청사가 사무실 온도를 이처럼 ‘고온’으로 유지하는 것은 에너지 절약 차원이다. 하지만 찜통 속에서 한여름을 나야 하는 공무원들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도대체 일할 여건을 만들어 주고 일을 시켜야 할 것 아니냐”는 성토가 연일 쏟아져 나온다.

공무원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치고 있지만 청사관리소측도 이렇다할 방법이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공무원들이 편법으로 사용하는 선풍기가 화재의 위험을 안고 있다는 것. 지난달 통일부 화재사건의 원인도 선풍기 과열로 판명이 났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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