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음 파업鐵」당산철교 돌진…추락 간신히 모면

  • 입력 1999년 4월 22일 20시 05분


서울지하철 노조의 파업으로 격무에 지친 대리 기관사가 졸음운전을 하는 바람에 전동차가 당산철교 공사구간으로 처박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사고는 폭 2m의 강철 지지대가 전동차의 진행을 막지 못했더라면 전동차가 노들길과 올림픽대로로 추락해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사고 당시 전동차에는 승객 3백50여명이 타고 있었다.

22일 오후 1시15분경 합정발 당산행 2226호 전동차(기관사 허승길·55)가 지하철 2호선 당산역에서 정지구간을 지나쳐 당산철교 공사구간 앞 지지대를 들이받고 멈췄다.

사고기관차는 정차지점을 13m가량 지나쳐 자갈이 깔린 완충지대를 뚫고 공사중인 당산철교 위에 설치해 놓은 철골지지대를 들이받았다.

이날 사고로 승객 이모씨(54·여·전북 군산시 조천동) 등 3명이 부상해 인근 한강성심병원으로 후송됐으며 맨앞 전동차 1량이 탈선하고 유리창 10여장이 깨졌다.

탈선한 전동차는 충돌 충격으로 인해 10㎝가량 공중에 떴으며 폭 2m의 강철지지대도 휘어졌다. 전체 10량의 차량중 선도전동차와 연결된 4량의 차량도 연쇄충격으로 연결부위가 파손됐다.

목격자 김모씨(50·여)는 “전동차가 당산역에 서지도 않고 그대로 달리더니 지지대를 ‘꽝’하는 소리와 함께 들이받았으며 순간 승객들은 일제히 비명을 질렀다”고 말했다.

기관사 허씨는 사고직후 “하루 3시간밖에 자지 못해 피로가 누적됐다”며 “역에 진입하는 순간 깜빡한 것 같다”고 말했다.

허씨는 지하철공사 군자기지소속 차장으로 성수역에서 전동차의 회차 운행을 담당해오다 지하철공사 직원들의 파업후 기관사 업무에 투입됐다.

당산역은 사고발생 직후 사고가 발생한 철로를 폐쇄하고 다른 하나의 철로를 통해 전동차를 정상운행했다.

〈권재현·이헌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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