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항명파동]검사들 『주사위는 던져졌다』

  • 입력 1999년 2월 2일 19시 28분


검찰수뇌부의 퇴진을 겨냥한 검사들의 집단반발 움직임이 가시화된 2일 검찰은 평검사들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전국 차장검사 및 평검사 회의를 긴급 소집하는 등 긴박하면서도 어수선한 하루를 보냈다.

▼검찰수뇌부▼

검찰수뇌부는 일선검사들의 집단행동을 무마하기 위해 ‘제도개선안 전폭수용’이라는 타협안을 제시하면서도 ‘수뇌부 퇴진’에 대해선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이원성(李源性)대검차장은 이날 오전6시40분경 출근해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한 뒤 기자간담회를 열어 “건전한 건의는 받아들이겠지만 집단행동이나 항명은 내 목을 걸고 막겠다”고 주장.

▼검사회의▼

검찰사상 최초로 대검간부와 검사들이 대좌해 ‘검찰총장의 퇴진’문제 등을 논의한 대검찰청 15층 대회의실은 시종 무거운 분위기.

이대검차장은 인사말에서 “어떠한 건의를 하더라도 인사상 불이익은 없다. 필요하다면 검찰의 극비사항도 설명하겠다”며 난상토론을 유도.

한 검사는 “검찰이 이런 모습을 보이게 된 것은 안타깝지만 이번 기회에 검찰이 다시 태어나려면 검찰총장의 퇴진과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이뤄져야 한다”고 드러내놓고 주장하기도.

▼검사들▼

서울지검 상당수 검사들은 이날의 전국차장 및 평검사회의에 대해 “급한 불을 끄기 위한 미봉책”이라며 “대검차장과 간부들이 모여있는 자리에서 어떻게 일선검사들이 솔직한 심정을 표시하겠는가”라고 반문.

한 검사는 “일선검사들 사이의 분위기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며 “여기에서 그만두면 서명한 검사들만 다치게 돼 오늘 회의결과를 지켜본 뒤 제2의 집단행동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전언했다.인천지검의 한 검사는 “건의서를 작성할 때 서울과 부산 등 다른 지검 검사들과 전화로 내용을 조율했다”며 “검찰총장의 사퇴요구가 건의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부산지검은 일부 검사들이 1일밤 모처에서 모여 A4용지 6장 분량의 ‘우리들의 의견’을 작성한 뒤 2일 오전 출근하자마자 동료검사들의 연대서명을 받아 수석검사가 이날 대검에서 열린 회의에서 검찰수뇌부에 전달.

‘항명파동’의 당사자인 심재륜(沈在淪)대구고검장은 이날 집무실에서 두문불출. 심고검장은 겨우 이뤄진 전화통화에서도 검사들의 집단행동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을 피하면서 “나는 영웅이 아니며 후배 검사들이 희생당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심고검장은 3일 예정된 법무부 징계위원회에 참석할지에 대해 “참석하지 않으면 ‘뭔가 찔리는데가 있어 불참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수 있고 참석하면 정치적인 행동으로 비쳐질 수도 있어 결정을 못했다”며 “3일 아침에 결정하겠다”고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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