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는 세상]임권택감독의 「부전자전」스토리

  • 입력 1999년 1월 25일 19시 46분


임권택(林權澤)감독의 맏아들 동준군(19)이 올 대학 입시에서 동국대 연극영상학부에 ‘연기전공’으로 특차합격했다. 임감독은 이대학 겸임교수를 맡고있다.

임감독은 “굳이 숨길 일도 아니지만 내놓고 자랑할 만한 일도 못돼 쉬쉬하고 있다”면서도“나와 달리 키도 크고 얼굴도 잘 생겨 자신만 열심히 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겠느냐”고 흐뭇해 하는 모습이다.

투박한 이미지의 아버지와는 달리 동준군은 세련된 도시형이다. 짙은 눈썹에 깊은 눈매가 왕년의 영화배우였던 어머니 채혜숙씨(예명 채령)를 빼박았다. 1m86의 훤칠한 키까지.

감독인 아버지는 영화배우가 되려는 맏아들을 어떻게 대했을까.

“집사람을 통해 처음 얘기를 들었을 때는 내가 이 세계를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다른 일을 해줬으면 했습니다. 하지만 동준이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도 다 내가 ‘원인제공’을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본인이 직접 말했을 때는 ‘너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지요.”

임감독은 하지만 아들이 다니는 연기학원의 원장을 슬그머니 찾아가 배우로서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탐색’하기도 했다.

‘한국 영화의 자존심’이라는 소리를 듣는 아버지는 동준군에게 에베레스트산 만큼이나 넘기 힘든 ‘높은 산’이다.

“중학교 2학년 때 친구들과 함께 아버지가 연출한 ‘서편제’를 보면서 아버지가 무지무지하게 자랑스러웠어요. 아버지한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엄격하면서도 내면은 한없이 따뜻한 아버지의 면모를 털어놓는다.

“특차 합격자 발표하는 날 새벽이었어요. 아버지가 동도 트기 전에 일어나 합격자 안내를 해주는 ARS서비스에 전화를 하고 계셨어요. 가슴이 뭉클했어요….”

동준군의 궁극적인 ‘영화적 목표’는 감독이 되는 것이다. 동준군이 아버지의 뒤를 이을 정도의 ‘큰 감독’이 된다면 그는 그야말로 임감독의 ‘대표작’이 되는 셈이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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