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채용박람회 「목타는 알짜정보」…일자리 소개 뒷전

  • 입력 1998년 10월 16일 19시 17분


‘취업설명회인가 취업실망회인가.’ 극심한 취업난 시대를 맞아 취업설명회 채용박람회 등 실직자와 대졸예정자를 위한 행사는 자주 요란하게 열리지만 정작 구직자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주최측은 행사 사실과 구인업체와 구직자가 얼마나 많이 참가했는가를 홍보하는 데만 급급하고 일자리 소개는 뒷전이어서 실직자를 두번 울리는 경우가 많다.

지난달 16일 대전상공회의소와 대전인력은행 주최로 열린 취업한마당 행사. 이 행사가 끝난 후 주최측은 88개 업체가 참가해 4백40명을 채용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본보 취재팀이 참가업체 일부에 대해 행사 참가와 채용실적 등을 확인한 결과 여직원 2명을 채용한 것으로 돼있는 Y기업은 행사에 참가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박람회에 참가만 하고 한 명도 채용하지 않은 C기업은 여직원 10명을 채용한 것으로 집계돼 있었다.

4월말 광주노동청이 주최한 취업직업훈련 박람회에서 4명의 직원을 채용한 것으로 발표된 I기업 인사담당자는 “주최측으로부터 참가를 요청하는 서신이 왔으나 직원을 채용할 여력이 없어 참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M기업의 경우 참가만 하고 채용은 하지 않았는데도 5명을 채용한 것으로 집계돼 있었다.

이처럼 대부분의 채용관련 행사에서 채용인원을 실제보다 부풀리거나 심지어 참가하지도 않은 기업이 참가한 것으로 발표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3월과 8월 모두 세차례 서울에서 중소기업채용박람회를 주최한 중소기업진흥공단 협동화사업팀 이모대리는 “채용박람회가 열리면 수백개의 구인업체와 수만명의 구직자가 몰리기 때문에 일일이 채용결과를 파악하기가 힘들다”고 털어놨다.

올초부터 최근까지 5번이나 채용박람회에 참가했던 강원철씨(27·K대 4년)는 “대학 졸업반을 상대로 한 채용박람회에 ‘경력자 우대’ 등 사실상 불가능한 조건을 내건 기업도 있고 그나마 몇 안되는 구인 직종도 아르바이트나 학습지판매 등이 대부분”이라며 “기업이 구인을 위해 채용박람회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회사를 홍보하는 데 더 관심이 많은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윤종구·박정훈기자〉jkma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