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절단사건]『아들을 범행수단으로…』시민들 분노

  • 입력 1998년 9월 13일 19시 50분


아이들이 IMF경제난의 ‘속죄양’인가. 몇푼의 돈을 겨냥해 아이의 손가락을 자르고 아이를 앞세워 ‘자살연극’을 벌이는 사회. 윤리와 사람됨의 가치를 가르칠 자격조차 없는 부모들이 이웃들의 가슴을 미어지게 한다.

이번에 보험금을 노려 아들 손가락을 자른 사건 이전에도 서울 C중학교 1학년 이모군(13)은 2월 어머니(박민례·35)의 ‘각본’에 따라 자살극을 벌였다. 난소종양을 앓고 있는 궁핍한 어머니가 적어준 대로 유서를 쓰고 정해준 각본에 따라 행동한 것이다.

‘엄마 이제 용기를 가지세요. 엄마는 늘 함께 죽자고 하셨는데 세 식구 다 죽기는 너무 억울하잖아요. 학교를 그만두고 돈을 많이 벌어 엄마 병을 고쳐드리고 싶었지만…’

이웃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한 열세살 소년의 유서. 그러나 어머니가 미리 작성한 유서 ‘원본’이 발견됨으로써 조작극으로 드러나 큰 충격을 안겨줬다.

7월 울산에서는 열두살 아들에게 아버지가 농약이 든 요구르트를 마시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아버지 김모씨(50)가 아들이 숨진 후 요구르트를 판매한 백화점을 상대로 돈을 뜯어내려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IMF구제금융 이후 ‘범죄성’보험청구자는 예년보다 20∼30%이상 증가했다. 국내 3대 대형 생명보험사의 올 상반기 보험가입자 재해 사망 중 자살 건수는 예년에 비해 20%이상 증가한 월 2백15건.

삼성생명의 경우 상반기 자살 건수가 6백30건으로 지난해(5백30건)보다 무려 19% 이상 늘었으며 보험금도 40% 증가한 42억원이 지급됐다.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아이들을 이용한 보험금 범죄는 미미한 수준이지만 경제난이 지속되면서 점차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손해보험협회는 이같은 위장 보험 사고를 적발하기 위해 여러 보험회사에 중복가입한 사람을 선별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위장환자 리스트를 작성, 각 보험회사에 제공했다.

고려대 손장권(孫章權)교수는 “이번 사건은 부모가 자식을 소유물로 생각하는 의식구조와 사회 전체에 만연한 부패구조가 얽혀 일어난 세기말적 사건”이라며 “실종된 윤리의식을 되찾을 수 있는 사회적인 운동과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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