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닫힌 공간』…대통령만 본관서 「나홀로 근무

  • 입력 1998년 8월 23일 20시 06분


91년 완공된 청와대 본관 건물 배치와 구조가 대통령의 의사결정을 합리적으로 유도하고 효율적으로 행정업무를 뒷받침하는 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청와대는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본관을 중심으로 11개 수석비서관실이 있는 비서실 건물과 대통령관저 춘추관 영빈관 상춘재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 중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본관. 전통 한식가옥에 청기와를 얹은 본관은 1층에 영부인 집무실과 접견실 연회장 식당, 2층에 대통령 집무실과 접견실 비서실장실 회의실 소식당 등이 마련돼 있다.

그러나 건물 자체가 업무보다 외빈 접대와 연회 등을 고려해 지어졌기 때문에 대통령의 중대사에 관한 결심이나 정책 판단을 위해 수시로 조언하고 의견을 나누어야 할 정책비서관들의 상주 공간은 마련되지 않았다.

따라서 비서관들은 본관에서 4백∼5백m 떨어진 건물에 근무하면서 대통령에게 결재나 보고를 할 때마다 차량을 타고 이동해야 한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취임 후 이같은 문제점을 지적, 현재 참모중 유일하게 비서실장이 본관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미국 백악관의 경우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서별관에 부통령 집무실을 비롯, 비서실장 수석보좌관 안보담당보좌관 공보비서관 자문역 등이 사무실을 둬 수시로 회의를 열고 대통령에게 격의없는 조언을 하고 있다.

영국도 총무 의전 군사 안보를 담당하는 관방실과 국내 정책을 다루는 정책실, 공보실 등 3개 비서실이 다우닝 10번지 총리 관저에 있고 독일도 비서실장실 수석회의실 각료회의실 비서관 휴게실까지 총리 집무실과 같은 층에 있다.

본관 건물은 6공 때인 89년 착공됐다.

청와대가 지나치게 협소하다는 이유로 일제하인 39년 조선총독부 관사로 지어져 전두환(全斗煥)대통령까지 집무실 겸 관사로 사용해온 청와대를 대신할 새 건물로 세워진 것.

당시 설계를 맡았던 정림건축 김정식(金正湜)회장은 “본관의 구조가 업무적으로 효율적인 시스템이 아니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당시 청와대측이 요구하는 대로 설계를 했다”고 밝혔다.

연세대 행정학과 최평길(崔平吉)교수는 “7년 전 새로 지은 청와대 본관은 왕이 궁궐에 홀로 머물며 필요할 때 신하들을 불러 대면하는 식의 왕조적인 발상에서 지어졌다”며 “내부 공간을 활용해 최소한 수석비서관 이상은 대통령과 함께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청와대 동선조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 훈기자〉dreamlan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