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원 신드롬」위험수위…동정론 기현상 확산

  • 입력 1998년 7월 17일 20시 48분


‘흉악한 교도소탈주범이 의적?’

또다시 경찰을 폭행하고 달아난 신창원. 그러나 스스로도 자인하는 ‘범죄인’ 신창원에 대한 기묘한 인식이 번지고 있다. 일거수 일투족이 법을 어기고 있는 그에 대한 가치 전도(顚倒)적 여론을 분석해 본다.

우선 PC통신에서도 이상기류가 번지고 있다.

‘뉴스를 보노라면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하다. 제발 잡히지 않기를 바란다’거나 ‘첩보원이나 스포츠선수로 키우자’는 엉뚱한 의견과 함께 ‘난세의 영웅’이라는 표현까지 뜨고 있다.

김명국(dovescry)씨는 “신창원에게서 난 영화 ‘쇼생크탈출’에서 봤던 인간의 자유에 대한 갈망의 냄새를 맡는다”면서 “우리 사회의 쓰레기같은 인물들과 비교할 때 신창원은 영웅”이라는 글을 하이텔에 띄웠다. 김용재(swordmax)씨도 “부유층만 터는 신창원은 대도(大盜)조세형처럼 의적”이라고 칭해 경찰을 어이없게 만들고 있다.

반론도 없지는 않다. “한두번 고아원에 돈을 기부했다고 홍길동에 비유하는 것은 곤란하다. 그는 살인범이며 치밀한 계획끝에 탈옥한 가공할 범죄자일 뿐”이라고 강조한 김춘호(한울)씨. 그러나 이런 비판적 안목이 대세가 아니라는 데서 이 사회의 멍들고 일그러진 단면을 읽을 수 있다.

초중고생들에게까지 이상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면서 일종의 ‘신드롬’을 몰아오고 있다고 교사들은 우려한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서울대 심리학과 차재호(車載浩)교수는 ‘대리만족 효과’와 ‘오락적 심리’로 풀이했다. 신창원의 도주소식을 접하면서 경찰은 물론 사회지도층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고 따분한 일상에서 ‘붙잡힐 듯 잡히지 않고 이어지는 활극’을 구경하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는 것.

차교수는 그러나 이같은 오락적 심리에 대해 “도덕적으로는 언젠가 ‘마치 연극의 막이 내리듯’ 신창원이 붙잡혀 벌을 받게 된다는 전제아래 즐기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심리학자들도 빈부격차에 대한 불만이나 ‘부패무능’한 관(官)에 대한 불신을 달래주는 요소로 그의 탈주를 즐기듯하는 양상이라고 분석한다.

〈김경달기자〉d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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