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仁村강좌 특강/成事배경]대선후보시절 내락

  • 입력 1998년 6월 30일 19시 32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인촌기념강좌 특강은 지난해 가을 대통령후보 때부터 약속됐던 행사였다. 인촌강좌 실무를 주관하는 고려대 정책대학원측은 당락에 관계없이 연사로 나와달라는 의사를 전달해 내락을 받았었다.

당시 김후보는 제의에 흔쾌히 응했다. 현직 대통령이 국내 대학에서 특강을 하는 것은 처음있는 일로 그 의미가 작지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경호실측의 걱정이 대단했음은 물론이다. 민주화됐다고는 해도 일부 학생들의 급진적 신념과 사고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캠퍼스에서 대통령이 특강을 한다는 것은 경호 차원에서 상상할 수 없는 ‘모험’에 가까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대통령은 지성과 자유가 살아 숨쉬는 캠퍼스에서 뭔가 역사적이고 교훈적인 얘기를 하고 싶었고 자신의 이같은 특강이 앞으로도 좋은 선례가 되리라고 믿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고려대 정책대학원의 함성득(咸成得·정책학)주임교수는 전후 미소(美蘇)간 양극적 냉전체제의 시발을 알린 ‘철의 장막’이란 표현도 1946년 당시 윈스턴 처칠 영국총리가 미국의 미주리주에 있는 워싱턴대를 방문했을 때 언급해 ‘역사적인 말’이 됐다고 지적했다.

김대통령의 특강이 확정되자 청와대와 고려대 정책대학원측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특강 내용을 구성해 김대통령에게 건의했다. 청와대 공보수석실이 전담해서 연설문을 작성하던 식에서 벗어나 청와대 공보 경제비서관을 중심으로 고려대 정책대학원 한국개발연구원(KDI) 국회 등 민관(民官)의 분야별 전문가 8명이 국정 전반에 걸쳐 3차례의 토론회를 갖고 여기서 나온 의견들을 취합해 건의한 것. 이같은 방식은 미국의 백악관이 대통령 연설문을 작성할 때 흔히 쓰는 방식.

〈이재호기자〉leej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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