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잠수정침투 재구성]해안 8∼12km근접 남하

  • 입력 1998년 6월 29일 19시 53분


북한 잠수정이 침투해서 승조원이 집단자살하기까지의 과정을 국방부 발표를 바탕으로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 20일 ▼

북한 노동당 작전부 313연락소 남파요원 훈련기지인 함남 원산시 앞 황토도.

유고급 잠수정에 승선할 9명은 당 간부들과 회식을 했다. 이 자리에서 조장 윤기주 등은 격려편지를 받아 소중히 간직했다.

오후6시반 출항. 작전반경이 2백85㎞에 불과한 잠수정은 목적지인 강원 양양시 수산리까지 최단거리를 택해 해안에서 8∼12㎞의 거리를 유지하며 남하했다.

▼ 21일 ▼

잠수정은 오전 2시경 잠수했다. 남한 대잠초계기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오전 6시반경 강원 고성군 수원단을 거쳐 북방한계선을 통과해 남한 해역에 진입해 시속 5∼7㎞로 항해했다.

오후 6시20분경 양양군 수산리 앞 5㎞지점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오후7시경 해안 1.6㎞지점에 도착해 잠망경으로 인근을 살폈다.

오후 8시45분 침투장비를 준비하다 고장난 호흡기를 교체했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오후 9시33분경 북동풍이 불고 파고는 1m. 흐리고 달빛마저 없었다. 침투하기에 적절한 날씨였다.

오후 10시10분경 공작조는 해치를 열고 행동을 개시해 오후 11시37분경 수산리 해안에 도착했다.

한명이 해안에서 잠수장비를 보관하며 경계를 하는 사이 두명이 모래밭을 기어 드보크 설치지점으로 접근했다. 이때 모래가 조끼 앞주머니와 팬티 속으로 들어갔다.

▼ 22일 ▼

0시3분경 드보크 설치 완료. 두명은 다시 해안으로 기어가 0시38분경 철수해 오전 1시12분경 잠수정으로 되돌아갔다. 잠수정은 1,2차 해치 사이에 든 물을 6분10초간 빼내고 북에 임무를 완수했다는 것을 보고했다.

오전 2시반 잠수정은 잠수한 뒤 북쪽으로 약간 이동해 오전 2시58분 잠복지에 도착했다.

오전 3시10분경 승조원들은 호흡 곤란을 느꼈다. 의식이 몽롱해지고 형광등이 노랗게 보이기 시작했다. 기기 2대가 고장나고 탄산가스가 새어나왔다. 산소가 8ℓ밖에 남지않았다. 공기를 보충하기위해 급부상해 해치를 열었다. 오후 4시경 잠수정은 속초 동쪽 20㎞지점에 도착해 마지막으로 북한과 교신했다. 20분뒤 잠수정은 유자망에 걸리자 동북쪽으로 도망가면서 급잠수를 시도했으나 밸러스트 탱크의 조작 실패로 함수부분만 남겨놓고 가라앉기 시작했다. 신고를 받은 해군이 대잠헬기를 급파하자 살아날 방법이 없다고 판단한 조장과 공작원은 오후 5시10분경 승조원 5명을 사각수류탄과 AK소총으로 사살한 뒤 권총으로 자살했다.

〈하준우기자〉ha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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