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선 근처 콘도허가 물의…공사중지 가처분신청

  • 입력 1998년 6월 19일 19시 34분


휴전선 근처 군사시설보호구역 내의 대규모 콘도미니엄 단지 추진과 관련해 전임 관할 부대장이 잘못된 절차를 거쳐 허가해줬다며 국방부가 공사중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출한 사실이 19일 밝혀졌다. 군이 절차상의 잘못과 군 작전상 지장을 이유로 이미 허가해준 건축공사 중지 소송을 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국방부는 지난달 20일 진천건설(대표 김문규·金文奎·43)이 경기 파주시 문지리 산13의 자유로변에 짓고 있는 3만평규모의 콘도 단지에 대해 참호훼손과 전방경계 지장 등을 이유로 서울지법 의정부지원에 공사중지 가처분신청을 제출했다. 국방부는 신청서에서 “이곳에 10층짜리 콘도 1개동(객실 5백22개)과 테마파크 토속촌 등 부대시설이 들어설 경우 참호와 교통호 등의 훼손, 곡사화기 사격 제한, 전방관측 제한 등 군작전 수행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며 “이곳을 관할하는 전임 101여단장이 충분한 작전성 검토와 적절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콘도 건축에 동의해준 것이므로 원인무효”라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이에 앞서 올 2월 콘도 건축을 동의해준 전101여단장 김태복(金泰福·52·현사단장·육사26기)소장을 적절한 절차를 거치지 않는 등 직권남용을 했다며 견책 처분을 내렸다.

육군본부의 징계결의기록에 따르면 김소장은 96년 5월부터 진천건설 김사장 등과 여단장 공관과 사무실에서 20여차례 이상 만나 교분을 맺은 뒤 김사장의 건축민원에 대해 심의회 등에 동의를 지시하거나 유도하였다는 것. 특히 김소장은 96년 4월 김씨의 민원이 심의회에서 ‘부(不)동의’됐으나 같은 사안에 대해 6개월후에 동의여부를 심사하게 되어있는 규정을 무시하고 두달 뒤인 6월 콘도 건축에 동의해준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군 주변에서는 군사시설보호구역내 3만평이 넘는 건축 허가는 보통 사단장급에서 단독으로 처리하지 않고 군단장이상에 보고하는 것이 관례임에 비춰볼 때 당시 군상층부도 관련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김소장은 이에 대해 “실무자의 ‘동의’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여 건물 신축을 허가했으며 당시 정확한 위치나 규모 등은 몰랐다”며 “이 건과 관련해 상부에 보고한 적은 없으며 군검찰의 조사 때도 고의성이나 수뢰여부는 무혐의처리됐다”고 주장했다.

현재 이 공사는 일부 임야에 벌목과 진입로 작업이 끝난 상황에서 중단돼있다. 진천건설측은 “지난해 말에도 국방부가 파주시 쪽에 공사중지와 추가협의를 요청했으나 법적 행정적으로 한번 허가된 사안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와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국제통화기금(IMF)의 여파로 공사규모를 대폭 줄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육군측은 이와 관련해 “특혜의혹이 제기돼 2월 김소장 계좌추적 등을 벌였으나 금품수수가 드러나지 않아 업무상 과실책임을 물어 견책만 했다”고 밝혔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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