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철씨 납치극]경찰행세 운전자유인…다이너마이트도 준비

  • 입력 1998년 6월 15일 19시 53분


15일의 김현철(金賢哲)씨 납치기도 사건은 범인들이 현철씨의 등산일정을 정확히 파악하는 한편 경찰관 제복과 다이너마이트까지 준비하는 등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된 대범한 범행이었다.

▼ 발생 ▼

현철씨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오전 9시반경 서울 종로구 구기동 중앙하이츠빌라 자택에서 운전기사 연재광씨가 모는 서울30라9136호 검정색 쏘나타Ⅲ승용차를 타고 북한산 승가사쪽 등산로로 향했다.

10분후 김씨 일행이 등산로 입구 삼거리에 도착했을 때 교통경찰관 정복차림을 한 40대후반의 남자가 차를 가로막고 운전사 연씨에게 “수배자로 돼있어 확인할 것이 있으니 차에서 내리라”며 연씨를 차에서 내리게 했다.

경찰관복을 입은 범인이 연씨를 데리고 가는 사이 현철씨의 승용차에서 2∼3m가량 뒤에 주차해 있던 감색 그랜저승용차에서 내린 범인 2명이 현철씨의 차량에 탔다.

범인 중 30대로 보이는 한명은 운전석에 앉고 검은색 선글라스를 낀 50대 남자가 오른쪽 뒷좌석에 앉아 있던 김현철씨를 왼쪽 좌석으로 밀어내고 차량에 탄 뒤 곧바로 차를 구기터널 방향으로 돌렸다.

▼ 격투 ▼

납치됐다는 것을 눈치챈 현철씨가 “당신들 뭐하는 사람들이야”라고 소리를 치자 옆좌석에 앉은 50대 남자가 선글라스를 벗으며 “나 모르겠소. 나 오순열이오”라고 말했다. 범인들은 납치현장에서 7백m가량 떨어진 구기터널을 통과하며 현철씨가 발로 뒷문을 차는 등 거세게 저항하자 터널을 빠져나와 2백m가량 더 가다 차를 일단 멈췄다.

▼ 탈출 ▼

범인들이 차를 세우자 현철씨는 이미 열려져 있는 왼쪽 뒷문을 박차고 뛰쳐나와 왕복 6차로 반대편 길로 도망갔다. 범인들은 현철씨가 도망치자 추격을 포기하고 곧바로 차를 다시 출발시켰다. 현철씨는 택시를 잡아 타고 곧장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 관리초소에서 경찰에 신고했다. 이 때 시간이 오전 10시7분경. 김씨는 심한 몸싸움으로 목덜미 두곳에 피멍이 든 상태였다.

▼ 운전사 ▼

범인들은 현철씨가 탈출했다는 연락을 받은 듯 후미진 곳을 찾다가 이름을 알 수 없는 고등학교 인근 숲에 연씨를 순순히 내려줬다. 연씨는 바로 택시를 타고 현철씨의 집으로 돌아왔다. 오후11시20분경이었다.

▼ 경찰수사 ▼

경찰은 범인들이 서울 은평구 불광동 ‘국립환경연구원’앞길에 버리고 간 현철씨의 차량에서 오씨 명의의 5연발 가스총과 함께 17㎝길이에 4개를 한묶음으로 한 다이너마이트 두묶음을 발견했다.

〈권재현·나성엽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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