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실책 수사]換亂 원인규명, 아직 「산넘어 산」

  • 입력 1998년 6월 2일 19시 54분


『換亂주역』구속강경식(左)김인호(右)
『換亂주역』구속
강경식(左)김인호(右)
김영삼(金泳三)정부의 경제실책에 대한 검찰 수사가 ‘미완(未完)의 종결’을 앞두고 있다.

4월10일 감사원의 수사의뢰를 받은 직후 부터 헤아리면 50여일만이다. 자체 ‘내사’(內査)기간이 없었기 때문에 ‘준비 안된’수사는 초기 한 때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진행되어 불안감 마저 안겨주었다.

그러나 검찰은 △기업체의 집요한 관계로비 실상 △옛 재정경제원과 정보통신부 일부 간부들의 비리 △기아그룹의 부패고리 △외환위기 정책담당자들의 부적절한 조치 등을 밝혀내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외환위기의 원인규명을 수사의 명분으로 개인휴대통신(PCS)사업권 기아사태 종금사인허가 등 4개 분야에 걸쳐 광범위한 수사를 벌였지만 어느 분야의 수사결과도 수작(秀作)이란 평가를 받기는 어려운 수준이다.분야별로 검찰 수사 내용과 과제를 살펴보고 앞으로의 수사방향을 가늠해본다.

▼ PCS사업권

검찰은 이석채(李錫采)전정통부장관이 사업권을 배정하고 심사하는 방식을 독단적으로 변경한 배경과 이유를 밝히려고 했지만 미국에 체류중인 이전장관의 귀국거부로 최종결론을 내리지못한 상태다.

검찰은 계좌추적 결과 이전장관의 계좌에서 LG텔레콤측에서 제공한 것으로 보이는 3천만원을 발견했지만 수사를 진전시킬 수 없는 상태다.

검찰은 이전장관을 직권남용과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중지하고 한미(韓美)범죄인인도협정이 체결되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이전장관을 강제 송환, 수사를 재개할 계획이다.

검찰은 업체와 정통부 간부들의 유착관계를 상당부분 밝혀내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정홍식(鄭弘植)전정통부차관 이성해(李成海)전정보화지원국장 서영길(徐榮吉)전우정국장 등 3명이 LG텔레콤과 한솔PCS에서 뇌물을 받고 선정과정의 정보를 알려줘 사업자 선정이 편파적으로 이뤄진 사실이 드러났다.

▼ 기아사태

기아사태의 처리가 지연돼 외환위기의 한 원인으로 작용한 과정은 밝혀지지 않은 채 기아그룹의 무리한 경영과 비리만 드러났다.

검찰은 김선홍(金善弘)전기아회장을 계열사에 대한 불법적인 지급보증으로 채권은행의 부실화를 초래한 주범으로 지목해 구속함으로써 재벌의 방만한 상호지급보증행위를 처벌하는 선례를 남겼다.

㈜기산의 사장이었던 한나라당 이신행(李信行)의원이 1백3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으며 사장 전무 상무 차장이 돈을 나눠가진 한심한 작태도 밝혀졌다. 검찰은 일단 기산의 비자금 1백30억원의 사용처를 밝히고 기아자동차의 비자금에 대해서도 수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기아그룹이 비자금으로 정치권에 대한 로비를 통해 기아사태의 처리를 지연시켜 외환위기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아그룹의 비자금 수사를 완성하겠다는 의지를 비치고 있어 정치권에 상당한 파문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 종금사인허가

종금사 수사는 ‘소문난 잔치’에 불과했다. 수사 초기의 과제는 인허가비리와 외환업무 감독소홀에 대한 책임규명이었다.

하지만 기업어음을 이중발행한 종금사 대표 4명을 구속하고 원봉희(元鳳喜)전금융정책심의관이 인허가와 관련해 1백만∼2백만원씩 모두 1천5백만원의 ‘떡값’을 받은 것을 밝혀내는데 그쳤다.

인허가청탁을 많이 받은 것으로 밝혀진 이환균(李桓均)전재경원차관이 미국으로 도피, 귀국을 거부해 수사는 답보상태다.

검찰이 재경원의 외환업무 감독 소홀은 등한시하고 떡값을 받은 공무원 솎아내기에만 급급, 핵심을 비켜갔다는 비판도 있다.

▼ 외환위기수사

정책실패에 직무유기혐의를 적용하는 선례를 남겼다.

검찰은 강경식(姜慶植)전경제부총리와 김인호(金仁浩)전경제수석이 ‘개인적인 자존심’과 ‘정치적 야망’때문에 환란위기를 초래했다고 결론짓고 5일 구속기소할 예정이다.앞으로 진행될 ‘청문회식 재판’에 출석할 증인만도 1백명이 넘을 것으로 보여 재판과정에서 검찰과 변호인 및 피고인간의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

〈하준우·조원표기자〉ha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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