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풍」옛 안기부 언론공작…박일룡씨 영장서 드러나

  • 입력 1998년 5월 1일 07시 45분


박일룡(朴一龍) 전안기부1차장에 대한 검찰수사에서 옛 안기부의 언론공작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30일 발부된 박 전차장의 구속영장에 따르면 권영해(權寧海) 전안기부장은 월북한 오익제(吳益濟)씨가 제15대 대통령선거 직전인 지난해 12월12일 평양방송에 출연해 연설을 하자 연설내용중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DJ)후보 관련부분을 편집, 언론사에 배포하라고 지시했다.

안기부 실무진은 이에 따라 오씨의 연설중 DJ와 관련이 있는 마지막 부분을 발췌, 테이프로 만들어 KBS MBC SBS 등 3개 방송사에 배포했다.

안기부는 오씨의 연설내용이 해외언론에 보도되게 한 후 이를 다시 국내로 역(逆)유입시키는 시도도 했다.

안기부는 지난해 12월16일에는 당시 KBS 홍두표(洪斗杓)사장에게 “재미교포 윤홍준(尹泓俊)씨의 기자회견이 왜 방송되지 않았느냐” “DJ동생 김대의씨의 사망사실이 왜 보도되지 않았느냐”며 유모 정치부장을 인사조치하도록 압력을 가했다.

안기부는 지난해 12월5일 오씨 편지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함으로써 편지내용이 언론에 유출되도록 했다. 언론이 소극적으로 보도하자 안기부는 “언론이 DJ와 연관되는 표현을 회피하고 국민회의의 정치공작 주장도 균형있게 취급하는 중립적 논조를 보임으로써 DJ이미지 훼손 효과가 의문시된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안기부는 또 “언론이 사건의 쟁점을 확대시키기 보다는 일과성 해프닝으로 축소하는 조짐이 있으나 방송은 안기부의 성명과 정치권의 공방을 실감있게 보도해 파문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수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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