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8범, 출소후 의사사칭 女의사 유혹농락

  • 입력 1998년 3월 17일 20시 02분


“능력있고 예쁜 여자일수록 의사나 방송국 PD라고 하면 별 의심도 안하고 잘 속아요.”

17일 사기와 혼인빙자간음 혐의로 서울 중부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박광이(朴光伊·39·무직)씨의 ‘무용담’에 담당 경찰관은 한동안 말을 잃었다.

고졸출신으로 1백70㎝ 정도의 키에 금테 안경을 쓴 박씨는 평범한 중년남성의 외모.

그러나 박씨는 이미 사기 및 혼인빙자간음 등의 혐의로 네차례 구속된 것을 포함, 모두 여덟차례나 교도소를 드나들었다.

지난달 5일 여덟번째로 출소한 박씨는 우연히 의사를 사칭해 미혼여성을 상대로 사기를 벌이는 내용의 TV프로그램을 본 뒤 또 다시 범행대상을 찾아 나섰다.

지난달 23일 ‘먹이’를 찾아다니던 박씨의 덫에 서울 S병원에 근무하는 인턴 김모씨(25)가 걸려들었다.

“S대의대 산부인과 강모교수인데 우리 병원으로 옮겨줄테니 저녁에 병원식당에서 만나자”는 박씨의 말에 김씨는 선뜻 약속장소로 나왔다.

김씨는 이날 저녁 처음 만난 박씨가 “미국유학을 다녀와 아직 미혼인데 결혼하고 싶다”고 유혹하자 곧바로 서울 시내 호텔까지 동행했다.

다음날 자신의 신용카드까지 박씨에게 건네준 김씨는 근무하던 병원에 휴가를 낸 뒤 박씨와 함께 제주도 등을 돌아다니며 S대의대로 옮기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딸의 행동을 수상히 여긴 김씨 부모의 신고로 결국 경찰에 덜미가 잡힌 박씨는 “소위 엘리트라고 하는 여자들이 더 접근하기 쉬웠다”며 “PD나 의사라면 사족을 못쓰는 여자들을 보면서 나 자신도 놀랐다”고 털어놨다.

경찰서에 와서도 한동안 박씨를 두둔하던 김씨는 박씨의 정체가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하자 그제서야 울음을 터뜨렸다.

〈정재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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