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근 X-파일」 촉각…검찰침묵 배경싸고 해석 분분

  • 입력 1998년 3월 11일 20시 10분


국민회의가 대통령선거 직전 ‘북풍공작’의 주역으로 지목해 고발한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에 대한 검찰의 소환조사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정의원은 ‘강제로 구인하라’며 큰소리를 치고 있고 검찰은 ‘강제구인은 안하다’며 한발 물러서 있다.

검찰주변에서는 이처럼 피고발인과 수사기관의 입장이 뒤바뀐 모습을 보고 뭔가 말못할 ‘사연’이 있는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정의원은 대선직전 오익제(吳益濟)편지사건과 관련,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사상검증 시비’를 제기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고발됐다.

검찰은 대선이 끝난 직후 이 사건을 본격 수사하기 시작했다. 이 사건은 특히 李종찬안기부장이 ‘북풍수사’ 방침을 밝히면서 정치권에 태풍의 눈으로 등장했으며 검찰은 정의원에게 11일까지 모두 여섯차례 소환장을 보냈다.

정의원은 그러나 검찰의 출두요구에 전혀 응하지 않고 있다. 그는 검찰이 자신을 강제구인하려 한다며 ‘야당탄압’을 주장하기도 했다. 또 6일에는 검찰이 요구하지도 않은 서면답변서를 제출하면서 이를 사전에 언론에 공표했다.

검찰 관계자들은 이같은 일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분개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한나라당 이사철(李思哲)의원과 국민회의 추미애(秋美愛)의원이 이미 조사를 받은 것과 비교해도 정의원의 행위는 정당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그러나 정의원이 13일 6차 소환에 응하지 않을 경우에도 강제구인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표면상 이유는 ‘야당탄압’의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것. 그러나 이는 검찰이 과거 야당의원들이 아무리 ‘야당탄압’을 주장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소환한 사실에 비춰보면 설득력이 약하다.

이와 관련, 검찰 고위간부는 “정의원이 고교 및 대학 동기인 배재욱(裵在昱)전청와대 사정비서관에게서 정치권과 검찰간부들의 비밀자료를 넘겨받아 검찰에 ‘들이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최근 여당의 모의원이 검찰청에 직접 찾아와 ‘정의원이 독이 올라 있으니 건드리지 말라’고 말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검찰은 이같은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부인하고 있다.

〈이수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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