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귀가풍경]『상도동은 말이 없다』

  • 입력 1998년 2월 24일 19시 51분


‘떠날 때는 화려했으나 돌아올 때는 쓸쓸했다.’

문민정부 5년의 영욕을 뒤로 하고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온 24일, ‘자연인 김영삼’의 귀가 풍경은 5년전과 자못 대조적이었다.

오후 5시반경 서울 동작구 상도1동 자택 골목 어귀에 김대통령과 손명순(孫命順)여사가 도착하자 ‘꼬마동지’로 유명한 이규희(李圭熙·28·여)씨를 포함, 민주조기회 등 측근과 주민 등 1백여명이 꽃다발을 건네며 박수로 인사했다. 김대통령은 환한 웃음으로 주민들의 환대에 응했고 몇몇 주민과 반갑게 악수도 나눴다.

5년전 동네 입구까지 빽빽히 늘어선 주민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던 ‘청와대행’ 풍경과는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이날 김대통령이 동네로 들어서는 상도터널과 골목 어귀 등에 걸린 5∼6개의 환영현수막도 최근의 국민정서를 고려한 듯 짤막했다.

예전에 함께 조깅을 했던 동네 주민 모임인 ‘민주조기회’와 ‘재경거제향인회’ 등이 내건 현수막에는 ‘수고하셨습니다’ ‘5년만에 반갑습니다’ ‘진심으로 환영합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오후1시경에는 동작구 학부모모임을 자처하는 ‘청우회’가 ‘아직도 우리는 존경하고 있습니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김대통령 자택 근처에 내걸자 일부 주민이 “이런 아부는 김대통령과 상도동 주민을 욕먹게 한다”며 승강이를 벌이기도 했다.

〈김경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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