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가 산업스파이 잡았다…「반도체기술 유출」제보

  • 입력 1998년 2월 3일 20시 27분


반도체 첨단기술 해외유출사건의 주범이 ‘엘리트 공학박사’인데 반해 이를 신고한 사람은 ‘개인택시기사’였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11월24일 경기 기흥의 삼성전자 인근에서 손님을 태우고 분당까지 간 어느 개인택시기사에 의해 단서가 포착됐다.

손님들은 앞좌석의 운전기사를 의식하지 않은채 “반도체 설계기술을 대만에 제공하면 수십억원을 받을 수 있다. 박봉에 찬밥대우를 받으며 이게 무슨 고생이냐”는 불만을 마구 털어놓았다.

듣다못한 운전기사는 “아무리 그래도 배운 사람들이 그럴 수 있느냐”고 한마디 해주고 1주일 후쯤 이들의 대화내용을 안기부에 신고했다.

안기부는 이때부터 한달여동안 내사를 벌이다 1월20일경 수원지검에 이를 이첩했다. 검찰은 관련정보를 수집하는 등 비밀리에 수사를 벌이다 사건관련자중 김영필씨(32·삼성반도체연구원) 등 3명이 30일 오후6시경 타이항공을 이용해 대만으로 출국한다는 첩보를 듣고 현장을 덮치며 ‘작전’을 개시했다.

검찰은 이어 30일 관련 연구원들과 문제의 ㈜KSTC 직원 등 25명을 긴급체포했고 KSTC사무실과 관련자들의 자택수색에서 4.5t트럭 한대분의 디스켓 설계도면 메모 등을 압수했다.

또 이날 대만으로 출국하려던 김태훈씨(32·전LG반도체연구원)가 탄 비행기의 출발시간을 30여분 늦추면서 탁송화물을 압수, 64메가D램 3세대 테스트체크리스트(불량제품검색표)와 2백56메가D램 회로도 등을 압수했다.

만일 비행기가 떠났다면 수백억원의 산업기술이 대만으로 넘어갈 뻔한 순간이었다.

검찰관계자는 “현재 넘겨준 자료로 대만측이 3세대 64메가D램을 상용화 할 수 있는 단계인지 단정할 수 없다”면서 “첨단기술 외교문제 등이 맞물려 건국이래 최대의 산업스파이사건이 구증도 못하고 끝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수원〓박종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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