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철씨 안기부통해 돈세탁…안기부『공금계좌 아닐 가능성』

  • 입력 1998년 2월 3일 06시 56분


김현철(金賢哲)씨가 안기부 비밀계좌를 이용해 대선 때 쓰고 남은 50억원을 불법 실명전환한 사실이 밝혀졌다. 2일 외환은행과 검찰에 따르면 현철씨는 93년 10월 측근인 김기섭(金己燮) 당시 안기부 기획조정실장이 외환은행 퇴계로지점에 개설한 비밀계좌에 50억원을 입금하는 방법으로 실명전환했다. 이 돈은 ㈜심우 대표 박태중(朴泰重·구속중)씨가 가명계좌에 넣어 관리해 오던 대선 잔금이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현철씨는 92년 대선 이후 박씨를 통해 심우와 주거래 관계에 있던 퇴계로지점에 가명계좌를 개설한 뒤 관리해 오던 50억원을 실명전환 시한이 임박한 93년 10월11일 ‘문화사’명의의 실명계좌로 옮겼다”고 말했다. ‘문화사’는 안기부 기조실이 대외적으로 사용했던 비공식 명칭의 하나. 이 명의로 된 계좌는 은행측이 특별관리하면서 안기부에 수시로 보고해 세무당국과 수사기관의 추적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철씨는 이 계좌를 이용해 실명전환한 뒤 한달만에 자기앞수표로 50억원을 모두 빼내 6개월 동안 보관하다가 한솔그룹 조동만(趙東晩)부회장에게 맡겼다. 검찰이 지난해 6월 현철씨 수사결과 발표에서 조부회장을 통해 ㈜CM기업에 투자됐다고 밝힌 돈은 이같은 세탁과정을 거친 것이었다. 한편 검찰은 현철씨에 대한 항소이유서에서 “현철씨가 93년 10월11일 외환은행 퇴계로지점에서 ‘특수한 방법’으로 50억원을 실명전환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방법은 공개하지 않았다. 김기섭씨는 2일 “현철씨의 돈을 퇴계로지점에서 실명전환한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 안기부 『공금계좌 아닐 가능성』 안기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 “국가공금계좌에 개인자금이 드나들 수 없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김기섭씨가 퇴계로지점의 실명전환을 시인한데 대해 “그런 가차명계좌를 개설하도록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면 그런 가능성은 있지만 그것을 안기부 공금계좌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이수형·조원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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