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교수 간첩사건/부부간첩 검거까지]전국돌며 南적응훈련

  • 입력 1997년 11월 20일 20시 24분


부부간첩은 북한의 전형적인 해상침투 방식을 이용해 남한에 들어왔으며 전국을 돌며 현지 적응훈련을 쌓고 고정간첩들의 지원을 받으며 활동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침투경위〓부부간첩 최정남과 강연정은 권총과 실탄, 공작금 3천여만원 등을 갖고 호송안내원 3명 무장안내원 20여명과 함께 7월30일 오후7시 어선으로 위장한 공작모선을 타고 북한의 남포항을 출발했다. 8월2일 오후9시경 거제도 남방 공해상에 도착, 호송안내원 3명과 함께 반잠수정으로 갈아타고 거제도 앞 5백m까지 접근한 뒤 헤엄쳐 밤 11시반경 거제도 해금강 갈곶리 해안에 상륙했다. ▼활동상황〓8월4일 경주로 이동, 불국사 부근에 드보크를 설치하고 권총 등을 숨긴 이들은 23일까지 남한 실정을 익히기 위해 경주 부산 울산 전주 수원 등 전국을 돌며 현지적응훈련을 했다. 이들은 8월23일 서울 구로동의 중국음식점 2층방을 「조주태」라는 이름으로 월세 20만원에 얻어 은신 거점을 확보했다. 9월10일 이들은 고정간첩 고영복의 연구실로 찾아가 『북에서 왔다』고 밝히고 △서울대 사회학과 김모교수 소개 △경북대 김순권교수가 개발한 우량옥수수 종자 입수 등을 지시했다. 9월24일 이들은 고영복을 다시 찾아가 『대선과 학생운동 전망 등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할 것과 전자주민증 하나를 구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9월22일 지하철 동작역에서 고정간첩 심정웅과 최초로 접촉한 뒤 10월25일까지 관악산 한강둔치에서 6회에 걸쳐 만났다. 이들은 심에게 『서울지하철 주요 핵심시설의 도면을 작성 제출하고 유사시 파괴할 수 있는 방법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10월21일 이들은 다시 울산으로 내려가 포섭대상인 민주주의민족통일 울산연합 사무처장 정모씨(36)에게 전화를 걸어 접촉을 제의했다. 이들은 울산 학성공원 앞 다방에서 정씨를 만나자마자 『우리는 북에서 왔다. 북에 같이 갈 수 있나해서 찾아왔다』고 포섭을 시도했다. 정씨가 『농담이냐, 기관원이냐. 나를 어떻게 믿고 찾아왔느냐. 3일만 여유를 달라』고 이야기하자 이들은 3일 뒤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체포경위〓정씨는 부부간첩을 만난 뒤 경찰에 신고하고 다음날 서울의 전국연합 사무실에서 부부간첩 접촉 사실과 이를 신고한 경위 등을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했으나 안기부의 협조요청으로 보도되지 않았다. 10월27일 오전 11시반경 부부간첩은 정씨와 만나기로 한 울산 코리아나호텔 커피숍에 나왔다가 현장에 잠복중이던 안기부 경찰 합동 검거팀에 붙잡혔다. 〈조원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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