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교수 간첩사건]부부간첩 『北에서 왔다』 버젓이 밝혀

  • 입력 1997년 11월 20일 20시 24분


이번에 적발된 부부간첩은 포섭대상자에게 『북에서 왔다』며 「간첩신분」을 밝히면서 접근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부부간첩 최정남 강연정은 10월 21일 울산지역 재야단체 간부인 정모씨에게 『북한에서 왔다. 공화국에 같이 가자』며 접근했다. 이같은 포섭방식은 95년 검거된 부여무장간첩 김동식(당시 33세)사건과 똑같은 유형이다. 90년 당시 「남한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총책으로 암약하고 있던 최고위급 남파간첩 이선실과 고정간첩 황인오(복역중)를 대동, 월북하기도 했던 김동식도 검거 직후 7명의 재야인사를 만나면서 간첩신분을 밝혔다고 말해 충격을 주었었다. 김동식이 접촉한 사람 중 신고한 사람은 3명 뿐이었는데 나머지 인사들은 대부분 『김동식을 미친사람으로 취급했기 때문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허인회(許仁會)씨는 김동식을 만난 사실을 부인, 불고지죄 혐의로 기소된 뒤 1심에서는 무죄선고를 받았으나 2심에서는 징역 6월과 자격정지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남한에 전혀 연고가 없고 철저한 이남화교육과 해외적응훈련을 마친 뒤 남파돼 「새세대 공작원」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왜 간첩신분을 밝혔을까. 이에 대해 공안관계자는 『「새세대 공작원」들이 결코 바보가 아니다』며 『이는 역설적으로 북한이 포섭대상 인사들은 무조건 자기 사람들이라는 확신아래 보호해 주거나, 아니면 적어도 신고하지 않을 것으로 믿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적발된 부부간첩이 재야단체 간부 정씨를 1차 접촉했을 때 신분을 밝히고 사흘 뒤 다시 만나자고 전화를 걸면서 정씨가 신고했을 경우에 대비한 대책 없이 현장에 나타난 것도 공안당국의 설명을 뒷받침 해주고 있다. 안기부에 따르면 북한은 남한내 재야인사에 대한 철저한 자료수집을 통해 공작원 신분을 밝혀도 적극적으로 신고하지 않을 만큼 우호적인 세력의 리스트를 만들어놓고 있다는 것. 검찰의 공안관계자는 『북한은 간첩을 신고하면 공안당국의 「협조자」로 비쳐져 앞으로 재야활동에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국내 재야인사들의 묘한 태도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공종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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