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수험생들 『올핸 마음껏 실력발휘』

  • 입력 1997년 11월 18일 20시 13분


『가슴 설레며 시험날을 기다려 보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98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교동 서울맹학교 3학년1반 교실. 여대생 자원봉사자가 읽어주는 문제를 들으며 마무리 시험준비를 하고 있던 이 학교 3학년 박병찬(朴炳讚·26)씨의 얼굴은 초조와 긴장으로 가슴을 졸이는 여느 수험생들과 달리 희망과 기대감이 가득했다. 이번 수능시험부터 시각장애 수험생을 위해 1교시 언어와 3교시 수리탐구Ⅱ 시간에 문제가 녹음된 음성테이프가 제공되기 때문. 박씨는 그동안 두차례 수능시험에 응시했으나 왼손 검지손가락으로 점자문제지를 읽는데 시간이 너무 걸려 매번 전체 문항의 절반도 풀지 못했다. 『이번에는 적어도 두 과목에서 해답을 알면서도 시간이 모자라 답안을 작성하지 못하는 경우는 없을 겁니다. 일반 수험생은 잘 모를 거예요. 「쌓은 실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다」는게얼마나신나는일인지…』 이 학교 김한규(金漢奎)교사는 『그동안 시각장애 수험생에겐 문제를 푸는 데 필요한 지식과 함께 초인적인 점자실력이 요구됐었다』며 『많은 시각장애학생이 음성테이프의 도움으로 대학진학의 꿈을 되찾게 됐다』고 말했다. 〈부형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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