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서울 서초동에 있는 능인선원에서 친지결혼식이 있어 갔다. 대형빌딩 모양의 아주 큰 도심속 사찰이라 불자들도 많다고 한다. 결혼식이 끝나고 사찰내 식당에서 피로연이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그래도 불도를 닦는 사찰인데 여느 피로연과 차이없이 탕수육 생선회 갈비찜 등 육류가 즐비했다. 산채비빔밥 등의 절음식을 예상했던 하객들은 저마다 지나치지 않으냐고 한마디씩 수군댔다. 식당 옆 법당에서는 신도들이 열심히 불공을 드리고 있었고 이날 주례도 물론 스님이 보았다.
비록 결혼식이라는 특성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굳이 이런 음식을 대접할 생각이라면 근처 식당을 빌릴 일이었다. 사찰에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피로연이었다. 먹고 노는데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주위 사람들의 정서와 최소한의 도덕률에조차 관심을 갖지 않는데서 비롯된 일이 아닌가 한다. 사소한 일 같지만 이날 엄마손을 잡고 따라나온 초등학생이 『엄마 절에서 고기 먹어도 돼』 하고 천진스럽게 묻는 모습을 보고 무척 씁쓸했다.
김은아(서울 노원구 상계3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