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참교육과 「사랑의 매」

  • 입력 1997년 11월 11일 19시 36분


영국에서 오래 근무하다 돌아온 학부모가 들려준 이야기다. 영국 교사들이 학생들을 체벌할 때는 반드시 다른 교사 입회 하에 회초리로 때리더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감정이 섞인 매질이 나올 수 없고 증인을 확보해둠으로써 법적 시비로 번지는 사태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학교에서는 체벌이 없다. 교사가 손가락으로 학생의 이마를 미는 것이 유일하게 허용된 체벌이라고나 할까. ▼미국 학교에서는 잘못을 저지른 학생들에게 체벌 대신에 교사가 축구 심판처럼 「옐로 카드」와 「레드 카드」를 발부한다. 레드 카드를 받은 학생은 잘못한 내용을 적은 통보서를 부모에게 보여주고 서명을 받아 와야 한다. 옐로 카드를 받은 학생을 운동장 벤치에 앉혀놓고 구경거리로 만들어 망신을 준다. 점심을 굶기거나 빈 교실에 한시간 가량 가두어 두기도 한다. ▼체벌의 교육적 효과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팽팽하지만 전통적인 사고방식으로는 회초리로 잘못을 저지른 아이의 손바닥이나 종아리를 때리는 정도는 용인하는 것같다. 문제는 사랑의 회초리가 아니라 학대 또는 폭력에 가까운 체벌이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가 수집한 사례에 따르면 극히 일부이겠지만 어떤 교사는 학생들의 따귀를 때리거나 구둣발로 차기도 했다. 각목 하키스틱 등으로 맞아 부상하는 학생도 가끔 나온다. ▼성적이 나쁘다고 아이스하키 스틱으로 학생 허벅지를 때린 교사가 1심에서 벌금 1백만원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는 무죄판결을 받았다. 1심은 체벌때문에 학생의 디스크가 발병했다는 점을 인정했으나 2심은 그렇게 볼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법정에서는 비록 무죄선고를 받았지만 교육적으로는 잘못된 체벌이다. 성적이 나쁘다고 때린 것도 그렇고 아이스하키 스틱처럼 위험한 도구로 체벌을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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