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과 국민회의가 제기한 「청와대의 국민신당 2백억원 지원설」과 관련한 명예훼손 고소사건에 대해 적극적인 수사의지를 밝힌 검찰이 「대통령 부인 조사」라는 암초에 부닥쳤다.
사건의 진상규명과 기소를 위해서는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부인 손명순(孫命順)여사에 대한 조사가 필수적이지만 청와대와 검찰의 묘한 입장 때문에 선뜻 조사에 나설 수도 없기 때문이다. 검찰은 10일과 11일 서로 말을 바꾸며 오락가락했다.
주선회(周善會)대검 공안부장은 10일 오전 기자들과의 비공식 간담회에서 『사건의 정확한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국민회의가 국민신당에 2백억원을 건네준 것으로 의혹을 제기한 손여사의 자술서를 받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 내용이 11일 석간신문에 보도되자 재빨리 진화에 나섰다. 이원성(李源性)대검 차장은 이날 직접 기자들에게 『손여사에 대한 조사계획이 없다』고 부인했다.
문제는 검찰의 이런 태도가 법적으로 설득력이 없다는 것. 모 변호사는 『명예훼손 형사사건은 민사상 손해배상 사건과는 달리 진실여부에 대한 입증책임이 원고인 검사에게 있다』고 말했다.
피고소인이 자신의 주장이 진실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검사가 적극적으로 나서 진실여부를 가린 뒤 처벌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도 『검찰이 허위라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면 기소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검찰은 올해초 시사주간지 「시사저널」의 밀가루 북송보도사건을 문제삼아 청와대가 고소한 사건에서 당사자인 김광일(金光一)비서실장 등의 자필진술서를 받았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도 기소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어떤 형식으로든 손여사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한 셈.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어떤 「묘수」로 이 난제를 풀지가 관심을 끌고 있다.
〈이수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