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영물」 야생 노루들이 떼를 지어 몰려와 농작물을 마구 먹어치워 농민들의 호소가 잇따르고 있다. 이 때문에 제주도는 노루의 피해를 막기 위해 마취총으로 노루를 생포해 노루공원에 가둬 집단사육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제주도가 최근 4개 시 군을 통해 집계한 농작물피해 면적은 모두 18만6천여평으로 이중 17만1천여평이 콩밭이다. 야생노루에 의한 농작물 피해는 3,4년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최근 해발 2백∼6백m인 중산간지대 전체로 번지고 있다.
피해를 주는 시기도 겨울철에서 봄 여름 등 계절을 가리지 않고 연중 이어지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던 제주 지역의 야생노루는 80년대초 한두 마리씩 보이다 최근에는 5천마리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동안 도당국과 자연보호단체 동물애호협회 등이 겨울철 노루먹이주기 운동을 벌이는 한편 한라산 1,100도로를 노루보호 도로로 지정해 노루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조치하면서 숫자가 크게 늘어난 것.
그러나 농민들은 야생노루 사냥이 불법이기 때문에 함부로 사냥에 나설 수 없는 실정이다. 밭 주변에 철조망을 치고 허수아비도 세웠지만 눈치빠른 노루들을 몰아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한때 도민과 관광객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노루가 크게 번식해 이제는 「애물단지」로 수난시대를 맞게 된 것 같다.
〈제주〓임재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