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결과 문의 「얌체 국제전화」극성

  • 입력 1997년 11월 2일 20시 35분


한국과 우즈베크의 월드컵 축구경기가 열린 지난달 18일. 스페인에서 귀국행 비행기에 오른 김모씨(41·회사원)는 기내에서 수신자가 전화료를 부담하는 컬렉트콜로 걸었다. 교환원으로부터 한국이 5대1로 이겼다는 사실을 알아낸 그는 이를 여승무원을 통해 기내방송까지 하도록 했다. 98프랑스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이 벌어진 지난 두달간 컬렉트콜은 한국팀의 경기결과를 묻는 해외의 「얌체족」 때문에 몸살을 앓았다. 이들은 교환원과 통화하는 요금은 통신회사측이 부담해 「공짜」인 점을 노린 것. 이 때문에 9월6일 벌어진 한국과 카자흐 경기를 시작으로 예선 기간내내 한국통신과 데이콤의 국제교환원들은 「홍역」을 치렀다. 한국통신의 한 국제전화 교환원은 『한국팀의 경기가 벌어지는 날은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며 『짜증도 나지만 오죽 궁금하면 그랬겠느냐는 생각에 참고 있다』고 말했다. 본선 진출은 이미 확정지었지만 일본에 0대2로 완패한 1일. 교환원들은 한국의 패배에 실망하는 얌체족들의 탄식에 마치 자신이 잘못한 것처럼 미안했다고 털어놨다. 이날은 특히 해외에서 조업중인 선원들의 전화가 많았는데 이는 최근 일본의 한국어선 불법 나포로 일본에 대한 감정이 악화돼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한 교환원은 해석했다. 통신회사측의 걱정은 이들이 한정된 컬렉트콜 회선을 점유할 경우 실제로 급한 이용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 미국의 AT&T 등 세계적인 통신회사들은 이용자들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국내의 각종 뉴스를 교환원이나 녹음테이프를 통해 전달하는 통신서비스시스템을 운영중이다. 〈안영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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