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들,여당사태관련 「가상재판」 화제

  • 입력 1997년 10월 23일 19시 40분


23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 모인 변호사들은 신한국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정치적 배우자」나 다름없는 김영삼(金泳三·YS)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한 것을 「정치적 이혼」으로 비유하며 화제로 삼았다. A변호사가 먼저 이총재의 탈당요구를 이혼청구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같은 자리에 있던 변호사들은 그러나 YS가 이를 거부함으로써 「합의이혼」은 불가능하게 됐다며 「정치적 이혼」의 법률풀이를 이어나갔다. 문제는 재판상 이혼사유가 되느냐는 것. 민법 제840조는 재판상 이혼사유를 △배우자의 부정행위 △배우자에 대한 악의의 유기 △배우자 또는 직계존속에 대한 심히 부당한 대우 △배우자의 3년 이상의 생사불명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로 한정하고 있다. 이중 이총재가 이혼사유로 내세울 수 있는 것은 YS의 부정행위. 이총재측이 제기한 「청와대 음모설」을 YS가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와 내통, 검찰총장에게 비자금 및 대선자금 수사유보를 지시함으로써 부정을 범했다는 법률적 주장으로 볼 수 있다는 것. YS는 이총재의 탈당요구를 840조2호의 「배우자에 대한 악의의 유기」에 해당한다며 맞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 변호사들의 해석. 이날 변호사들이 내린 가상판결은 양쪽의 청구이유를 모두 기각했다. 심증은 있지만 명백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 재판부는 그러나 이총재와 YS의 집안(신한국당) 사정상 결혼생활을 계속하기 어렵다고 보고 제840조5호의 「기타 혼인을 계속할 수 없는 사유」를 들어 이혼을 허락했다. 변호사들은 또 두 사람이 민법 제837조2호의 면접교섭권 규정에 따라 원할 경우 자녀(소속 국회의원)를 만날 수 있다는 가상판결을 하고 이야기를 맺었다. K변호사는 『정치에도 인생과 마찬가지로 회자정리(會者定離)의 이치가 있는 모양』이라며 씁쓸해했다. 〈이수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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