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 처음 제정돼 올해로 4회째를 맞는 서울시민의 날 역사는 한마디로 수난의 역사다.
서울시민의 날은 조선 태조 이성계(李成桂)가 한양으로 천도한 1394년 10월28일을 기념, 서울 정도(定都)6백년째인 94년 당시 이원종(李元鍾)서울시장이 제정했다. 음력 10월28일이었지만 양력으로 환산할 경우 11월 중순 이후가 돼 날씨가 춥고 기념일이 매년 변하게 된다는 판단에 따라 양력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첫해부터 서울시민의 날은 제대로 치러지지 못했다. 성수대교 붕괴사고가 10월21일 발생, 32명이 숨지자 서울시는 28일 시민의 날 선포식만 가진 뒤 모든 행사를 취소했다.
95년에도 악연은 이어졌다. 삼풍백화점이 민선 조순(趙淳)시장의 취임식을 3일 앞둔 6월28일 붕괴, 5백2명이 숨지고 9백40명이 부상하는 초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조시장은 취임식을 9월에야 치를 수 있었고 시민의 날 행사도 자연스레 취소됐다.
서울시는 96년을 대대적인 행사를 치를 수 있는 적기로 생각, 서울시 휘장을 새로 마련하고 26일부터 사흘동안 서울시내 곳곳에서 행사를 벌였다. 그러나 마지막 날인 28일 행사에 13만여명의 인파가 몰린데다 서울 에어쇼 관람과 나들이길 차량들이 한꺼번에 몰려 도심 및 외곽지역 도로가 극심한 교통체증을 빚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올해는 15대 대통령선거를 50여일 앞둔 시점이어서 행사계획 자체를 대폭 줄였다.
〈하태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