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잔치 해주려했는데』…숨진 나리양 친구들, 눈물바다

  • 입력 1997년 9월 12일 20시 07분


『아침에 나리를 데려간 여자가 잡혔다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모두 기뻐했었는데…. 나리가 죽었다는게 정말이에요』 박나리양의 사망소식이 전해진 12일 오후 1시반경 나리양이 다니던 서초구 반포동 원촌초등학교 2학년5반 교실. 『나리가 숨진 채 발견됐다』는 조남각(趙南恪·54)담임교사의 말에 교실은 순식간에 울음바다가 되고 말았다. 아이들은 빨개진 눈을 비비며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조교사에게 『나리가 정말 죽었느냐』는 질문을 되풀이했다. 가슴이 무너져 아무말도 못하고 얼굴을 돌린 조교사는 『그게 짐승이지 인간이 할 짓입니까. 인면수심이에요. 인면수심…』이라며 분노했다. 『나리가 그동안 얼마나 무서웠을까 생각하면 너무 끔찍해요』(수진)『돌아오면 생일잔치를 해주려고 했는데…』(지연) 조교사도 『꼭 찾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갖고 매일 기도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유괴범에 대한 공개수사가 시작된 뒤 매일 범인의 몽타주 전단을 들고 고속버스터미널 등 학교주변을 발이 아프도록 돌아다녔던 원촌초등학교 학생들은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는 사실에 맥을 놓고 말았다. 그동안 나리양이 무사히 살아 돌아오기를 빌었던 시민들의 충격과 분노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그동안 매일 반상회를 열고 자기 딸을 찾는 심정으로 열심이었던 잠원동 한신8차아파트 주민들은 『늘 밝고 명랑했던 아이였는데 그 깜찍한 나리를 죽이다니…. 유괴범은 절대 용서해서는 안돼요』라며 분노를 터뜨렸다. 〈김경달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