괌 사고로 일가족잃은 김희태씨,상속 千億 사회환원키로

  • 입력 1997년 9월 12일 08시 15분


대한항공기 괌 추락사고로 아내와 아홉살 여섯살 남매, 장인 장모와 처남 등 일가족 8명을 한순간에 잃은 한양대 병원 김희태 (金熙太 · 34 ·신경과 전문의) 박사의 또다른 얘기가 감동을 주고 있다.

장인에게서 상속받을 1천억원대의 재산을 모두 사회사업에 기증하겠다고 밝힌 것.

김박사는 11일 서울 삼성동 「율촌」 법무법인(대표 우창록·禹昌祿 변호사)사무실에서 『장인(고 이성철 인천 제일상호신용금고 회장)의 뜻을 받들어 상속재산을 모두 자선병원 운영기금과 장학기금 등으로 내놓겠다』고 밝혔다. 김박사는 재산상속과 기증에 필요한 실무를 변호사들에게 위임했다.

김박사는 『이는 생전에 전재산의 사회환원 의사를 밝혔던 고인의 뜻을 실천하는 것이므로 장인의 선행이지 나의 선행이 아니다』며 겸손해했다.

그의 장인 이씨는 6.25전쟁 직후 황해도 연백에서 맨손으로 월남, 갖은 고생끝에 제일금고를 비롯해 인천 주안역 부근 3천여평의 땅과 제일연탄 제일빌딩 등 1천억원대의 재산을 일군 입지전적인 인물.

이씨는 그러나 부인과 아들 며느리 손녀 그리고 김박사의 부인인 딸 혜경씨와 외손자 외손녀 등 일가족 7명과 함께 괌으로 첫 해외여행을 떠났다가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김박사만 바쁜 병원일 때문에 화를 면했다.

김박사는 사고소식을 듣고 곧바로 괌으로 달려갔지만 살아남은 가족은 한명도 없었다. 『차라리 같이 와서 죽었어야 하는데…』 그는 비통한 심정을 가슴에 묻고 죽어가는 부상자를 한사람이라도 더 살려내기 위해 사고현장에서 「유가족」이 아닌 「의사」로 돌아갔다.

김박사는 서울로 돌아온뒤 눈물로 날을 지새우다 장인이 평소 자신의 손을 잡고 하던 말이 생각났다. 『전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

그는 기운을 차리고 변호사를 찾아갔다. 문제는 자신에게 장인재산의 상속권이 있는지의 여부. 이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었으나 법조계에서는 이씨의 직계비속이 모두 사망한 상태여서 민법상 「대습(代襲)상속」 규정에 따라 사위인 김박사에게 상속권이 있다는데 이론이 없다.

「율촌」의 조상희(趙相熙)변호사는 『김박사가 장인의 재산을 상속받는데 법적인 문제는 전혀 없다』며 하루속히 재산의 사회환원 절차를 밟겠다고 말했다.

재산기증 의사를 밝힌 뒤 김박사는 『불우한 이웃을 내 가족으로 생각하고 평생 이들을 위해 일하겠다』고 다짐했다. 김박사는 추석을 맞아 희생자 합동분향에 참석하기 위해 12일 오전 괌으로 떠난다.

〈이수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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