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윤정옥/「위안부 돕기」모금의 의미

  • 입력 1997년 9월 8일 19시 55분


왜 다시 일본군위안부(정신대)문제인가. 일본군위안부 문제는 현재진행형의 문제이고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군위안부 문제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에서 제2차 세계대전 때의 일본인 전범을 입국금지시킨데 이어 상하 양원에서는 일본의 사죄와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중국에서는 상하이를 중심으로 일본에 사죄와 배상을 청구할 것을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움직임이 있다. 8월 유엔 인권소위원회에서는 영국인 목사가 일본은 영국인 피해자에게도 배상하라고 요청했다. ▼ 日「국민기금」의 함정 ▼ 당시 조선에서 끌려간 여성들은 일본군 수뇌부가 계획해서 만든 제도에 의해 강행된 조직적 성폭력의 희생자이다. 아직도 우리는 그 수를 모른다. 일본관리가 이 문제에 관한 문서를 태웠기 때문이다. 이 문서소각을 지시한 사람 중 하나가 지금의 「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국민기금」(이하 국민기금)의 이사장인 하라 분페에(原文兵衛)다. 남아있는 문서는 일본이 공개치 않고 있다. 일본은 자기네가 저지른 죄의 심각성을 알고 있다. 때문에 계획적으로 치밀하고 철저하게 부인 축소 왜곡하고 있다. 정부가 범죄자인 만큼 정부가 사죄하고 배상해야 하는데 65년 체결된 한일기본조약으로 모든 것이 해결됐다고 주장한다. 국제법에 의하면 중대한 인권침해에는 시효가 없고 설사 나라간에 문제가 해결됐다고 하더라도 피해자 개인이 가해자에게 배상청구할 권리가 있다. 하물며 65년 당시 일본은 군위안부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배상을 할 수 있었겠는가. 일본측의 국민기금도 문제가 많다. 일본정부는 국민으로 하여금 돈을 내게 하고 총리 개인이 사과하고 있다. 그리고는 국제사회에서 총리의 편지가 마치 일본정부의 편지인 양, 국민기금이 마치 정부의 배상인 양 왜곡선전하고 있다. 대만정부는 국민기금에 버금가는 액수를 피해자에게 지불하고 일본정부에 배상금조로 갚으라고 요청하고 있다. 우리는 국민이 나서서 돈을 모아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게 건네고 국민기금에의 유혹을 막자고 모금운동을 벌여온 것이다. 국민기금은 등록된 피해자만을 문제삼고 있으나 한국에는 등록하지 않은 피해자가 더 많지 않은가 한다. 해외에는 얼마나 많을까. 그보다 일본군위안부의 한을 풀려고 국내와 국제사회에서 애쓰는 사실을 모르고 한을 품고 죽어간 피해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일본이 패전하고 우리가 해방됐다고 했을 때 이 몸으로 고향에 못간다고 자살한 원혼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 그들의 恨은 우리의 恨 ▼ 90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를 발족시키면서 우리는 이 문제 앞에는 남북 여야 남녀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 나라 남성들이 사람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군수품 소비품이 되어 끌려나갔을 때 14세부터의 어린 소녀들이 「위생적인 공동변소」가 되어 끌려간 것이다. 이들의 한은 우리 국민의 한인 것이다. 일본측의 국민기금은 피해자와 우리 국민을 이중으로 모욕하는 것이다. 피해자들에게 집요하게 다가오는 국민기금을 뿌리칠 수 있게 도와주자. 피해자 중 10여명이 생활고와 질병 때문에 흔들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우리국민이 모금해서 피해자들에게 유혹을 뿌리칠 수 있게 힘을 실어주자. 그들에게 자존심마저 짓밟히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모금운동에 정치인과 기업인, 남녀노소 모두가 나서야 한다. 모금운동은 또한 우리의 민족적 자존심을 지키는 길이다. 그리고 일본에 대해서는 피해자와 우리국민의 명예와 존엄성을 회복할 수 있게끔 국가적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자는 것이다. 윤정옥<정신대문제대책협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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