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관리법 『있으나마나』…도박꾼 앞엔 『무용지물』

  • 입력 1997년 8월 24일 19시 59분


최근 사회지도층 인사 등 1백여명이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는 과정에서 거액의 외화가 불법 유출된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정부의 외환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현행 외국환관리법은 내국인의 해외여행시 외화 소지한도를 1만달러로, 일반인의 해외송금액수도 연간 1만달러로 각각 제한하고 있으나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등 한국인 「큰손」이 많이 몰리는 곳에는 이들을 노리는 사채업자들이 갖가지 편법을 동원, 이들의 외화 밀반출을 돕고 있다.

대표적인 방법이 이번에 적발된 「환치기」수법. 현지 호텔측이나 고리대금업자에게서 거액을 빌린 뒤 국내에 돌아와서 갚는 수법이다. 지난 4월 서울시의원 코미디언 등이 필리핀 카지노에서 거액을 날려 물의를 빚었을 때도 현지 고리대금업자가 이 「환치기」수법으로 1백51억원을 밀반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일부지역에서는 한국 부동산을 담보로 한 대출도 성행하고 있다. 현행법상 해외에서 국적을 취득한 시민권자라 할지라도 국내 부동산을 팔았을 때는 미화 1백만달러 범위내에서만 반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일부 현지 사채업자들은 「2백50만달러 이상만 취급」이라는 신문광고까지 내면서 영업을 하고 있다.

1만달러 이상 소지가 불가능한 여행객들도 마음만 먹으면 그 이상의 외화를 해외에서 쓸 수 있다는 점도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출국시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되는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것.

로스앤젤레스 교민 박모씨(42)는 『최근 들어 주위 사람들의 신용카드까지 빌려 많게는 10개씩 소지하고 들어와 한도액까지 쓰는 관광객이 늘고 있다』며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등에서 도박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현금서비스를 다 받아쓰고 나면 현지 선물가게 등을 찾아 속칭 「와리깡」수법으로 추가로 현찰을 조달한다는 것.

이밖에 일부 고위층의 경우 현지 변호사를 고용, 제삼국을 거쳐 원하는 목적지로 거액을 빼돌리는 수법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동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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