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機 참사]대책없는 정부에 두번 운 유족들

  • 입력 1997년 8월 13일 19시 56분


말없이 돌아온 故國
말없이 돌아온 故國
대한항공기 추락사고로 희생자 유족이 겪어야 하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참담하다. 유족을 더욱 분노케 만든 것은 정부의 무성의와 무대책. 「이역만리 낯선 땅에 버려진 나라없는 백성」이라는 기분이 들게 한 것이다. 국제민간항공협약 규정에 의하면 항공기가 외국땅에서 사고를 당했을 때 항공기 등록국은 조난지 국가의 감독아래 탑승객을 위한 구호조치를 취하고 사고원인 조사에도 입회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정부가 취한 조치는 괌 총영사관에 모든 것을 맡겨놓고 사고 발생 사흘 뒤 건설교통부장관 일행이 현장을 방문한 것이다. 사고 다음날 비보에 놀란 유족들이 눈물을 쏟으며 괌 아가냐공항에 도착했을 때 유족들을 안내하고 도와주는 정부관계자는 한 명도 없었다. 신속히 자원봉사에 나선 교민들이 아니었다면 유족들은 말도 안 통하는 타국에서 분향소가 있는 호텔조차 찾지못할 뻔했다. 미국측 조사요원들과의 시신수습에 관한 협의도 고스란히 유족들의 몫이었다. 미국측과 신원확인 및 시신운구협상을 하는데 정부의 도움을 받은 것은 거의 없다. 사망자와 생존자 수를 놓고 혼란이 자주 일어났지만 우리 정부는 이 문제를 전담할 기관이나 사람도 없이 무책임하게 부처마다 다른 숫자를 발표,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켰다. 자국민 보호가 가장 큰 임무인 현지 총영사관측은 가족을 졸지에 잃고 슬픔에 빠진 유족들보다는 현지를 방문한 국회의원이나 장관 등 이른바 VIP를 모시느라 바빴다. 국내언론에는 큰일을 할 것처럼 발표하고 괌으로 떠난 대검찰청의 유전자 감식팀은 현지 미국팀과 사전협의도 없이 도착해서 하는 일도 없이 현지에서 사흘을 보냈다. 정부의 이같은 무능한 모습에 대해 현지교민들은 『외국에서 자국민이 대형사고를 당했을 때 정부는 대표자밑에 협상팀 의료팀 상담팀 법률자문팀 등 각 분야로 구성된 대책반을 현지에 파견, 아주 작은 부분까지 유족들의 어려움을 도와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괌 총영사관 관계자는 『직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미국 관계자들과의 협상에 전념하다보니 일하는 것이 눈에 띄지 않아 유족들에게 정부가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 것 같다』고 해명했다. 〈윤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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