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기 추락사고 희생자 유가족들은 사고발생 5일째인 10일 처음으로 시신 사진을 모아놓은 앨범을 직접 보면서 신원 확인에 나섰다. 날카롭게 긴장한 표정으로 사진을 하나하나 들여다 보던 유족들은 처참한 시신이 되어 눈앞에 다가온 가족의 모습을 확인하자 다시 몸부림치며 오열했다.
이날 공개된 사진은 보존상태가 비교적 좋은 37구의 얼굴 모습으로 대부분 부어있거나 화상을 입은 상태였다.
○…유족들은 이날 퍼시픽스타호텔 7,8층의 6개 객실에 마련된 사진확인 장소에 2명씩 조를 짜 들어가 얼굴 사진을 보면서 신원을 확인했는데 일부 여자 유가족은 충격 때문에 졸도.
유족들은 앨범을 여러번 반복해 보면서 가족의 얼굴 모습을 기억해 내려고 애썼지만 시신상태가 실제 모습과 많이 달라져 있어 가족을 확인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사진속에서 가족의 모습을 찾아낸 유가족들은 『이렇게 죽어갔구나』라며 통곡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나마 시신을 찾아 안도하는 표정도 내비쳤다.
시신 중에는 가슴에 영문 이름표가 붙어 있어 바로 확인이 가능한 경우도 있었으며 승무원 복장을 한 시신도 3구 이상 있었다.
○…미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측은 유족들이 사진을 본 다음 자신들의가족으로 추정될 경우 메모지에희생자와 유가족 이름을함께 적어놓도록 했는데일부 시신의 경우는 여러명의 이름이 적혀 있어 혼선이 생기기도.
NTSB 관계자는 『사진 대조작업을 통해 신원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최종 확인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신원 확인이 완전히 끝나기 위해서는 NTSB의 검증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설명.
○…NTSB측은 유족들이 시신 모습을 보고 충격받을 것을 우려해 노약자 임산부 심장병 환자들에게는 사진을 공개하지 않았으며 앰뷸런스와 구조대원을 객실 주위에 배치.
유족대표들도 시신 공개에 앞서 회의를 갖고 한가족당 여러명이 앨범을 볼수 있도록 하되 임산부나 노약자 등은 사진을 볼 수 없도록 하자고 합의.
한편 NTSB측은 사진 공개에 앞서 유족들에게서 사진공개에 따른 불상사에 대해 안전위나 괌정부가 책임질 수 없다는 서약서를 받았다.
NTSB 관계자는 『지금까지 어떤 사고에서도 사망자들의 시신 사진을 공개한적이 없었다』면서 『이번에 사진을 공개한 것은 동서양의 문화 차이를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
○…괌 퍼시픽스타호텔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는 이날 새벽 괌에 도착한 KLE 801편 승무원 8명이 오전11시경 대한항공 제복을 입은채 찾아와 분향. 대한항공 임원들도 이날 조문을 올 예정이었으나 유족측의 완강한 반대로 취소.
○…한편 지난 9일 NTSB와의 인터뷰 때문에 사고현장을 방문하지 못한 유족 1백여명은 10일 오전 사고 현장을 방문.
이들은 전날 현장에 다녀온 유족들에게서 사고현장의 참혹한 상태에 대해 이미 얘기를 들었지만 막상 이날 자신들의 눈으로 현장을 보자 땅바닥에 주저 앉아 통곡.
○…이날 한국영사관측은 전날 李桓均(이환균)건설교통부장관이 유족들로 부터 항의받은 것을 의식한 듯 분향소 주변에 경찰 병력을 늘려 달라고 괌정부에 요청.
〈괌=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