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모기는 어디로 갔을까.
서울과 수도권지역에서 올 여름 모기가 격감해 주민들이 짜증나는 여름밤을 그나마 편하게 보내고 있다. 예년엔 창문에 방충망을 설치해도 7월 중순부터 모기가 창문 틈이나 환풍구 하수구 등을 통해 올라왔으나 올 여름엔 모기 보기가 힘들어졌다.
주부 李槿英(이근영·서울 강남구 일원동·39)씨는 『아파트 1층에 살기 때문에 지난해까지는 모기장이 없으면 잠을 이룰 수 없었으나 올 여름엔 아예 모기장을 꺼내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백화점이나 대형약국에선 모기향 방충스프레이 등 모기 관련 상품의 매출이 격감했다. 서울 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점에선 8월초까지 3천6백만원 어치의 모기관련 상품을 팔았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줄어든 수치. 다른 백화점도 사정은 비슷하다. 그나마 가정용이 아니라 바캉스용품으로 많이 사간다. 서울 종로5가의 보령 일신 등 대형약국에서도 모기관련 상품의 매상이 20∼40% 줄었다.
전문가들은 올 여름 서울 수도권지역의 이상기후가 모기의 급격한 감소의 「일등공신」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서울대 柳孝錫(유효석·농생물학과)교수는 『올해 수도권에선 지난달 16일 장마가 끝나자마자 모기도 감당하기 힘든 섭씨 30도가 넘는 무더위가 찾아왔고 잦았던 소나기와 지난 3, 4일의 집중호우로 모기 유충과 성충이 많이 씻겨 내려가 모기가 격감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기는 해질녘에 떼를 지어 교미를 하고 물이 고인 웅덩이에서 2백여개씩의 알을 낳는다. 이 알은 대략 보름 동안 벌레가 되는 우화(羽化)과정을 겪는다. 최적 우화조건은 섭씨 27도에 습도 70∼80%. 무더위와 때맞춰 쏟아진 「게릴라 장대비」가 모기의 교미 산란 우화과정에 치명타를 입힌 것이다.
이른 더위로 모기의 천적인 잠자리가 수도권 일대에 떼로 나타난 것도 모기 감소를 부채질했을 가능성이 높다. 잠자리가 모기 유충을 많이 잡아 먹었을 것이라는 가설이다. 지하철 등 서울시내 상당수의 대형공사가 마무리돼 모기의 서식처인 웅덩이가 줄어든 것도 모기 감소의 한 원인으로 설명된다.
〈이성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