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수면에서 부침을 거듭하던 全斗煥(전두환) 盧泰愚(노태우)씨 등 두 전직대통령에 대한 사면문제가 다시 정치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그동안 좀처럼 확실한 입장을 밝히기를 주저했던 청와대측이 「金泳三(김영삼)대통령 임기중 사면」 입장을 분명히 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청와대측이 이 문제에 대해 분명히 언급한 것은 물론 특사 계기로 활용돼온 「8.15」가 눈앞에 다가오면서 갖가지 관측이 무성해질 것을 감안한 「조치」였다. 그러나 대선정국이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청와대측의 이같은 조치가 「논란의 끝」이 아니라 「논란의 시작」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사실 정치권의 잠복형 이슈였던 전, 노씨 사면문제가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전부터였다. 불교계 등 종교계가 대규모 석방 서명운동을 벌이고 야권까지 대선에서의 득표력을 감안, 미묘한 움직임을 보이자 신한국당의 李會昌(이회창)대표쪽도 입장을 바꾸기 시작했다.
이대표측은 특히 비영남권의 반발 등 정치적 파장 등을 고려, 「대선 전 형집행정지 석방, 대선 후 사면」 방안까지 모색할 정도로 이 문제에 대해 유연한 입장을 보여왔고 은밀하게 전, 노씨측과의 막후대화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튼 △차기정권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임기중 단행하되 △새로 선출된 후보의 건의를 받아들이는 형식을 취한다는 게 청와대의 기본 입장이다. 따라서 「이대표의 건의」라는 또한가지 변수는 남아있는 셈이다.
청와대측은 대선전략 측면에서의 사면주장에 대해서는 이대표측과 견해를 달리하는 것 같다. 즉 △여론조사결과 60% 이상이 반대하고 △본인들의 「반성의사」도 분명치 않으며 △개혁성향 유권자들의 반발도 걱정거리인 데다 △전, 노씨가 자칫 영남권 후보의 후견세력으로 변신해 「판」 자체를 뒤흔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청와대쪽 주장이다.
청와대측은 이대표가 공식 건의형태로 이 문제를 제기할 경우 심도있게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대선 이전이냐, 이후냐」하는 문제만 남은 셈이고 이는 정치상황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동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