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機 참사]목포-아가냐공항「위험 닮은꼴」

  • 입력 1997년 8월 7일 19시 58분


대한항공기 추락참사 사고현장을 둘러본 건설교통부 조사팀의 한 관계자는 『지난 93년7월 목포공항에서 추락한 아시아나 B737기 사고가 연상된다』고 말할 만큼 두 사고는 유사점이 많다. 우선 아가냐공항과 목포공항은 착륙항로상에 해발 2백여m의 야산이 가로막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아가냐공항은 활주로 12.8㎞ 전방에 해발 2백m의 니미츠힐이라는 야산이 있다. 그래서 공항 8㎞ 전방까지는 4백m의 운항고도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에 사고를 당한 대한항공기는 착륙을 위해 공항 16㎞ 전방부터 고도를 2백m까지 낮췄다가 야산중턱에 기체중간이 걸렸다. 목포공항에도 활주로 3㎞ 전방에 해발 2백60m의 부지개산이 있다. 당시 조종사는 두 차례의 착륙시도 실패 뒤 세번째 착륙을 시도하다 구름속에서 갑자기 야산이 나타나자 비행기 고도를 높였지만 꼬리부분이 산 정상에 걸리고 말았다. 사고 당일 공항 인근 날씨가 강풍과 함께 비가 내리고 구름이 끼는 등 착륙조건이 불량했던 것도 비슷하다. 아가냐공항은 태풍의 간접영향으로 흐린데다 폭우가 쏟아졌고 목포공항도 초속 18m의 강풍을 동반한 비로 시계가 매우 불량했다. 이같은 악천후에서 조종사의 고도착각이나 계기고장 등 비상사태에 대비할 수 있는 착륙유도장치 등 관제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아가냐공항은 착륙유도장치가 고장난 상태였고 목포공항은 이런 시설이 아예 없었다. 항공사고는 생존자가 거의 없는 전례에 비춰 아시아나기 사고와 이번 대한항공기 추락사고는 야산에 충돌한 비행기가 산을 미끄러져 내리면서 우거진 나무숲의 완충작용 때문에 수십명의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대한항공기가 추락한 니미츠힐은 4∼5m짜리 나무들이 빽빽히 들어찬 정글. 아시아나기도 날개부분이 나무에 걸리면서 기체폭발을 면해 1백10명중 44명이 구조됐다. 이같은 유사성 때문에 항공전문가들은 이번 대한항공기 추락사고의 원인을 밝히는데 아시아나기 사고가 많은 참고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한정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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