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機참사/유가족 표정]처참한 현장에 분노

  • 입력 1997년 8월 7일 19시 58분


대한항공기 추락사고 유족 2백80여명은 7일 새벽 괌에 도착한 뒤 슬픔과 분노속에 하루를 보냈다. 유족들은 이날 오전 사고 현장으로 출발하면서 흐느끼기 시작했으며 사고 현장이 가까워지자 버스안은 삽시간에 울음바다로 변했다. ○…유족들은 미군측의 통제로 버스가 사고 현장에서 2㎞정도 떨어진 반대편 언덕에서 멈춰서자 일제히 내리려 했으나 버스내 안전요원들이 이를 제지하자 『왜 내리지도 못하게 하느냐』며 안전요원들과 몸싸움. 버스에서 내리지 못한 유족들은 조금이라도 사고현장을 자세히 내려다 보기 위해 버스 창에 얼굴을 바짝 붙인 채 『다 타버렸어. 다 타버렸어』『하나도 없어.다 녹아 버렸어』라며 탄식과 눈물. ○…버스안에서 사고현장을 볼 수밖에 없었던 유족들의 허탈감은 분향소가 차려진 퍼시픽 호텔로 돌아오자마자 곧바로 분노로 변했다. 유족들은 『우리가 이곳에 관광을 하러 온 줄 아느냐』며 분향소앞에 놓여있던 집기 일부를 뒤엎고 대한항공 직원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유족 張世憲(장세헌·38)씨는 『사고현장으로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아무말이 없더니 왜 버스에서 못 내리게 했느냐』며 『유족들을 우롱하는 것이냐』고 격렬하게 항의. 이번 사고로 아들 黃勝玄(황승현·27)씨를 잃은 元容子(원용자·48·여)씨는 『속시원히 자식 이름 한번 불러 보려고 현장에 갔는데…. 메아리로 돌아올 아들을 만나고 싶었는데…』라며 통곡. ○…이날 오전 분향소에서는 슬픔을 견디지 못해 실신하는 유족들이 속출. 이번 사고로 딸을 잃어버린 한 어머니는 사고현장에서 돌아온 뒤 대한항공 직원의 멱살을 잡고 『내 딸 살려내』라며 수차례 소리친 뒤 실신. ○…서울 강서구 등촌동 대한항공 교육훈련센터 부근에서 탑승객의 생사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하룻밤을 꼬박 지새운 유가족들은 7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교육훈련센터에서 탑승자가족대책회의를 갖고 사고후속대책과 관련, 공동요구안을 제시. 유가족들은 『추가로 괌으로 떠날 수 있도록 특별기편을 마련해 달라』며 『정부측도 대표 1명을 유가족대책본부에 파견, 유가족들의 의견을 수렴해 달라』고 요구. 〈특별취재반·박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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