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철씨 첫 공판/지상중계]『기업서 받은돈 차명관리』

  • 입력 1997년 7월 7일 20시 05분


《金賢哲(김현철)씨 비리사건 1차 공판이 7일 오전 10시3분경 이 사건 재판부인 서울지법 형사합의30부(재판장 孫智烈·손지열부장판사)가 입정하면서 시작됐다. 이날 재판은 재판부의 피고인 인정신문과 검찰의 공소장 요지 낭독에 이어 검찰의 직접신문 순으로 진행됐다. 이 사건 주임검사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李勳圭(이훈규)3과장은 현철씨 신문에 앞서 신문사항이 간단한 金己燮(김기섭)전안기부운영차장에 대한 신문을 먼저 진행했다.》 ▼ 돈받고 청탁안해 ▼ [김기섭피고인 신문] △이훈규과장〓대호건설 李晟豪(이성호)전사장으로부터 서초지역 유선방송 사업자 선정과 관련, 청탁을 받은 적이 있죠. △김기섭씨〓그렇습니다. △이과장〓피고인은 케이블TV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이전사장에게서 두차례에 걸쳐 수표로 1억5천만원을 받았죠. △김씨〓그렇습니다. △이과장〓유선방송 사업자선정과 관련해 현철씨에게 청탁한 적이 있죠. △김씨〓없습니다. [김현철피고인 신문] △이과장〓고교선배인 두양그룹 金德永(김덕영)회장과 신성그룹 申泳煥(신영환)회장, 우성건설 崔勝軫(최승진)부회장에게서 지난 93년 4월부터 매월 6천만원을 받았습니까. △김현철씨〓그렇습니다. △이과장〓이들 기업인들이 피고인에게 돈을 준 이유는 무엇입니까. △현철씨〓고등학교 선배들이기 때문에 순수하게 활동비로 줬고 다른 기업이나 다른 분들로부터 돈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도와준다는 취지로 알고 있습니다. △이과장〓피고인이 현직 대통령의 차남이고 당시 국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는데 기업인들 입장에서는 청탁을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까. △현철씨〓그렇지 않습니다. △이과장〓94년 6월부터 96년 12월까지 31차례에 걸쳐 한솔제지 조동만 부사장에게서 매월 5천만원씩 15억5천만원을 받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현철씨〓활동비 명목이었습니다. △이과장〓매달 5천만원을 받으면서 94년까지는 1백만원권 수표로, 95년부터는 10만원권 수표로 받았는데 10만권 수표는 모두 이면에 배서가 된 업소용 헌수표였지요. △현철씨〓그렇습니다. △이과장〓기업인들로부터 받은 돈을 차명계좌에 입금시킨 것은 일정한 직업과 소득이 없는 상황이었으므로 자금출처를 은폐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습니까. △현철씨〓아무래도 제 신분으로 볼 때 그것이 밝혀지면 여러가지 비난이 있을 수 있어 그렇게 한 것입니다. △이과장〓피고인은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는 등 학식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타인으로부터 아무런 대가관계 없이 돈을 받으면 증여세 등이 부과된다는 사실을 몰랐습니까. △현철씨〓증여세가 부과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세금부과를 피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金敬洙(김경수)검사〓93년 3월 초순경 서울 강남의 일식집에서 전세봉 김덕영 신영환 최승진 등 고교선배들과 함께 대통령 당선 축하모임을 가진 사실이 있나요. △현철씨〓그랬던 것 같습니다. ▼ 신분탄로 우려 ▼ △김검사〓그 자리에서 동문 중 누군가가 피고인에게 「김소장(김현철씨 지칭)이 앞으로 동문들의 애로사항을 좀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이어 김덕영에게도 「김회장도 신한투금 소송에 관해 혼자만 고민하지 말고 김소장에게 상의해보라」고 말하는 등 당시 김덕영회장의 가장 큰 고민거리였던 소송문제를 화제로 올린 사실이 있죠. △현철씨〓그런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고 당시 당선 축하모임이었기 때문에 그런 얘기할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김검사〓그 자리에서 김덕영회장이 피고인에게 「신한투금 소송이 너무 시간을 끌고 있으니 빨리 종결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의 말을 한 사실이 있는가요. △현철씨〓결코 없습니다. △김검사〓피고인은 그자리에서 김덕영회장에게 「자세한 내용을 서면으로 보내달라. 여직원에게 맡겨두면 보겠다」고 말하면서 당시 피고인이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던 아사도 빌딩의 전화번호를 메모지에 적어 김덕영에게 준 사실이 있는가요. △현철씨〓그날은 당선 축하모임이라 주석(酒席)을 겸한 자리였기 때문에 자세히 기억하지 못합니다. △김검사〓93년 3월 동문모임을 전후해 고교선배인 전세봉으로부터 피고인의 개인 활동비 명목으로 매월 6천만원씩을 고교 동문들인 김덕영 신영환 최승진이 번갈아 지원하겠다는 의사표시를 전달받은 사실이 있지요. △현철씨〓(동문들끼리)그런 내용을 정리해 본인에게 전해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검사〓돈을 전달하는 방법은 피고인이 식사나 술자리 중 잠시 자리를 비우거나 대화에 열중해 있는 틈을 이용해 김덕영이피고인이벗어놓은양복 상의 안주머니에 수표가 들어있는 봉투를 넣어주는 식으로 이뤄진 게 맞죠. △현철씨〓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그런 방식으로 이뤄졌던 것 같습니다. △김검사〓93년 6월 하순 고교동문모임에서 식사중 김덕영이 피고인에게 「전에 보내준 서류를 보았느냐」면서 약 3개월 전에 보내준 신한투금 소송 관련서류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나요. △현철씨〓주석에서 나온 얘기라 그런 말씀을 했는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합니다. △김검사〓당시 김덕영회장이 물어보자 피고인은 「복잡하던데요. 다시 한번 살펴보겠어요」라고 말하고 김회장은 「재판이 빨리 종결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고 하던데요. △현철씨〓기억에 없습니다. 만약 그분이 그렇게 얘기했다면 선배에 대한 예의상 그렇게 대답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 50억 실명전환 ▼ △金俊鎬(김준호)검사〓피고인은 93년 10월 이성호에게 50억원이 입금된 예금통장 2개를 주면서 실명전환을 부탁한 사실이 있나요. △현철씨〓예. △김검사〓당시 실명전환을 하지 않으면 매년 10%의 과징금이 부과돼 원금의 60%까지 추징당할 위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성호에게 실명전환을 부탁한 것이 아닌가요. △현철씨〓제 이름으로 실명전환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김검사〓피고인은 이성호에게 50억원의 예금에 대한 실명전환을 부탁하면서 매달 이자를 지급해 달라고 한 사실이 있지요. △현철씨〓이성호가 맡겨준 돈에 대해 먼저 이자를 주겠다고 했습니다. △김검사〓피고인은 이성호로부터 매달 5천만원의 활동비를 지급받았다가 금액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고 월 3천만원만 지급하면 좋겠다고 한 사실이 있지요. △현철씨〓예. △김검사〓피고인은 뭣 때문에 5천만원을 주겠다는 이성호의 제의에 대해 3천만원만 달라고 요구했나요. △현철씨〓처음엔 돈을 받지 않겠다고 거절했다가 이성호가 투자하겠다고 스스로 얘기해 돈을 받기로 했으나 금액이 너무 많아 깎으려고 했습니다. △김검사〓피고인은 이성호가 무슨 이유로 많은 부담을 감수하면서 비자금에 대한 실명전환, 자금세탁 등 부탁을 순순히 들어주고 매월 5천만원씩 활동비까지 지급한다고 생각하나요. △현철씨〓워낙 서로가 가깝기 때문에 부탁을 들어주고 돈을 지급한 것으로 압니다. △김검사〓피고인이 대통령의 아들이니까 재산상 도움까지 준 것 아닙니까. △현철씨〓저는 가까운 사람일수록 청탁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받지도 않았습니다. △孫智烈(손지열)부장판사〓이성호 등에게 돈을 맡기고 받은 돈이나 동문들로부터 정기적으로 받은 돈의 개념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현철씨〓이자라는 개념도 있겠고 가까운 사람이니까 활동비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손부장〓동문들이 법률적 문제를 떠나서 피고인에게 도움을 준 것은 결과적으로는 피고인의 신분과 관련이 있다고 보지는 않습니까. △현철씨〓매우 순수한 관계여서 구체적인 이해관계를 생각하지도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국민과 아버지께 누를 끼치게 돼 송구스럽고 죄송스런 마음 뿐입니다. 〈양기대·공종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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